• 작년


[앵커]
갈비뼈가 앙상한 사자.

바깥 세상에 나왔다가 20분 만에 사살당한 사순이.

왜 이렇게 동물들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올까 궁금해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입니다.

[기자]
뒤에 보이는 검정 비닐하우스, 사설 동물원입니다

동물을 직접 만지거나 먹이를 줄 수 있는데요

이곳의 동물들 어떤 환경에 놓여있을까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긴꼬리가 특징인 미국너구리 코아티.

그런데 관리가 안 돼 꼬리가 잘려 있습니다.

두 마리 다 과도하게 온몸을 긁는 불안증세를 보입니다.

옆 사육장에 있는 미어캣도 꼬리가 잘려 있고, 친칠라는 피부병이나 영양 불균형이 의심되는 상태였습니다.

[이혜원 /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연구소 소장]
"털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어요. 외부의 자극에도 반응이 좀 없는 편이고 여러 가지를 놓고 봤었을 때 곧 죽을 수도 있겠다…."

기니피그는 탈모가 심하고, 토끼는 등 쪽 살갗이 벗겨졌습니다.

타조 우리 안 물은 녹조가 잔뜩 껴있고, 방문객들이 먹이를 넣어주는 동그란 관도 오염돼있습니다.

[김영진 / 경기 고양시]
"냄새도 좀 나고… 여름일 때는 더 좀 그래 보여요, 위생적으로."

사설 대형 동물원의 동물들은 행복할까.

저희가 여러 번 동물원을 오가며 지켜봤는데요

고개를 흔들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정형행동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곰뿐 아니라 라쿤도 유리 앞만 오가길 수십 번.

이곳에선 두 달 전 혼자 살던 왈라비가 죽었습니다.

[동물원 관계자]
"왈라비가 있었는데 폐사를 했어요. (왜요?) 장이 안 좋았었나 봐요. 그렇게 열악하지는 않아요."

이곳 동물들은 모두 자연 채광이나 환기가 불가능한, 실내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 찾았다가도, 열악한 환경에 재방문은 주저하게 됩니다.

[동물원 관람객]
"관리가 너무 안 돼 있는, 실내 청소라든가 이런 게 안 좋아서 아이들 보여주기 미안한 마음도 있고, '아... 마지막이다. 가지 말아야겠다'"

취재진은 사육사로부터 적나라한 실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한 사설 동물원에서 일한 지 3일 만에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김 씨 / 전 동물원 사육사]
"하루에 한 마리씩은 꼭 죽고, 창고 같은 곳에 들어가면 거기에도 또 애들이 쌓여있어요. 살아 있는 애들인데 조금 아프거나 (하면) 케이지에 쌓여서 그냥 갇혀 있어요."

후원도 받았지만 동물에게 돌아가는 건 없었습니다.

[김 씨 / 전 동물원 사육사]
"먹이를 손질하는데 이게 진짜 손질해도 되는 거 맞나 싶은 상태의 과일들과…. 후원받았다 알고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버리려 모으면 그걸 (먹이려고) 또 버리지 말래요."

사설 동물원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동물복지는 뒷전이기 십상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오는 12월부터 모든 동물원은 일정 이상 시설 기준을 갖추고 허가 역시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유예 기간은 무려 5년.

그만큼 동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시간도 아직 길게 남아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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