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김대중 옥중수필 첫 공개…죽음 앞에서도 용서·화해 강조

[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사형수 시절 친필로 쓴 옥중수필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정영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겠다는 신념으로 일관했다."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았지만 일체 용서를 선언했다."

"나는 지금 나를 이러한 지경에 둔 모든 사람에 대하여 어떠한 증오나 보복심을 갖지 않고 이를 아침저녁으로 다짐한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수필입니다.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수로 지내던 1980년 12월 3일 친필로 직접 작성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사형수 시절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은 잘 알려져 있지만 옥중수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980년 9월 13일 사형 선고 전 최후진술에서 다시는 정치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자 했던 김 전 대통령.

직접 써내려간 수필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등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권력자들을 향한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일생에 걸친 소신과 신념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남편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화해와 관용의 정신이었습니다."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1심 재판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최후진술을 기록한 문건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당시 재판장에 녹음기나 필기도구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에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진술내용을 외웠다가 복기한 것입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씨가 김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문을 포함해 작성을 주도했으며 외국의 언론과 인권단체에 전달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합뉴스TV 정영빈입니다. (jyb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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