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 나면 대피할 수 있는 문, 바로 비상구입니다.
그런데 곧장 낭떠러지로 연결돼있는 곳도 있어 발생하는 추락사고 여러번 전해드렸습니다.
지금은 사고 때보단 개선됐을까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9년 3월 청주의 2층 노래방 비상구에서 남성 5명이 떨어져 2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노래방 복도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잠겨있던 비상구를 밀면서 추락한 겁니다.
[부상자 가족(지난 2019년)]
"안전장치를 저렇게 해놓고 안전장치가 된다는 건가요. 누가 봐도 아니죠. 이렇게까지 무서운 곳인지 몰랐어요."
이 비상구는 외벽에 문이 달려 있어 바로 낭떠러지로 연결되는 형태.
4년이 지난 지금 사고가 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철제 발코니가 추가로 설치됐지만, 문은 여전히 외벽에 나 있습니다.
[사고 건물 상인]
"그(사고) 다음에 저거(발코니) 만든 거 아니야. 못 떨어지게. (언제 만들었어요?) 그 무렵에 했을 거야."
이런 형태의 비상구,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내의 상가.
지상 4m 위 건물 외벽에 문이 덜렁 달려있습니다.
문을 열면 낭떠러지입니다.
[건물 상인]
"저거 비상구 맞아요. 옛날부터 저게 있었나 봐요. 저게 아마 줄이 있을 거예요. 비상구 타고 내려오는 줄."
문제는 이런 이른바 낭떠러지형 비상구가 적법한 형태라는 겁니다.
음식점이나 노래방 같은 다중이용업소가 건물 2층~4층에 있을 땐 주출입구 외의 비상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부속실이 달린 낭떠러지형 비상구나 외부에 철제 발코니를 설치하는 발코니형 비상구를 만들어 이 곳에서 완강기로 대피하도록 하는 겁니다.
발코니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발코니형 비상구입니다.
비상시 대피할 수 있도록 계단을 별도로 설치한 건데요.
내려올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무게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하중 규정'도 없습니다.
지난 2021년 소방청은 발코니 면적 1㎡당 하중 500kg을 버티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업주들에게 비용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여전히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 묶여 있습니다.
안전점검을 담당해야 할 소방서는 발코니 설치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방서 다중이용업소 담당자]
"(발코니가 왜 생긴 거죠?) 지금 소방서에 등록되어 있는 자료로는 부속실 비상구로 돼 있어요. 발코니형 비상구로 바뀌었다든지 그런 건 아니에요."
심지어 비상 상황에 이용하도록 비치된 완강기는 무용지물입니다.
[현장음]
"거미줄이 쳐져 있네."
오피스텔 3층입니다.
비상구 문을 열면 경보음이 울려야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요.
피난 시 사용하는 완강기는 이렇게 녹이 슬어있습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산화 작용이라고 하거든요. 빗물에 의해서 녹슬어서 500kg를 견딜 수가 없어요. 규정대로 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녹이 스는 것이거든요."
비상 시 생명을 구하는 문, 비상구.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되레 목숨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석동은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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