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손가락만 노렸다…지문 하나로 계좌 탈탈 털어

  • 작년


[앵커]
인사불성 취객만 노리는 범죄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돈이나 카드를 노렸는데 이젠 손가락 지문을 노립니다. 

도대체 어떤 수법일까요?

백승우 기자입니다.

[기자]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술 취해 길에 쓰러져 있는 남성에게 다가갑니다.

부축하는가 싶더니 취객을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데리고 갑니다.

만취한 사람들의 금품을 빼앗는 이른바 '아리랑 치기'입니다.

이 남성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는데 지난 1년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5천5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눈에 띄는 건 현금·카드가 아닌 지문 인식 기능을 이용해계좌이체를 받는 새로운 수법을 썼다는 겁니다.

[천현길 /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2과장]
"CCTV 사각지대로 이동한 뒤 강제로 피해자의 휴대폰에 지문을 인식해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대출을 받아 이체하는 수법으로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반 은행 앱은 지문 인식을 하더라도 한 번 더 계좌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앱은 지문 인식만으로도 '원스톱' 계좌 이체가 가능한데 이를 노린 겁니다.

제가 모바일 금융 앱을 이용해 직접 계좌 이체를 해보겠습니다.

등록돼 있는 지문을 이용해 바로 접속한 뒤 돈을 입력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바로 송금됩니다.

지문 2번만 인식하면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내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저항할 경우 폭행한 뒤 강제로 피해자의 손을 휴대전화에 가져다 대기도 했습니다.

생체정보는 유출이나 도용이 어려워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프리패스' 통행권이 된 셈입니다.

인터넷은행 측은 이중 보안 기능은 따로 없다며 지문 인식이 불안하다면 비밀번호 입력 방식으로 바꿀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김찬우
영상편집 : 변은민


백승우 기자 strip@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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