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우가 몰아쳤을 때, 침수 지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빗물통로를 막은 쓰레기를 치운 의인들이 화제가 됐죠.
빗물받이가 담배꽁초나 쓰레기로 막히는 것이 침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이번 폭우로 침수됐던 강남역 인근입니다.
보시면 이렇게 도로 곳곳에 빗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는데요.
제 역할을 하고 있을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와 담뱃갑 같은 쓰레기가 쌓여있습니다.
[현장음]
"이렇게만 봐도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는데요. 내시경 카메라로 더 깊숙이 안쪽을 살펴보겠습니다."
빗물이 흘러나갈 통로를 담배꽁초가 틀어막고 있습니다.
빗물 통로는 윗부분에 조금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구청에서 수시로 수거를 하지만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기 벅찹니다.
빗물받이 한 곳에서 수거한 담배꽁초만으로 40리터짜리 봉투 하나가 가득 찹니다.
[김호곤 / 마포구청 기동반장]
"많은 경우에는 한 마대자루씩 나옵니다. 담배꽁초가. 빌딩가 같은 데는 담배 쓰레기통이 따로 없다 보니까 보통 빗물받이에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빗물은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금세 주변 저지대를 삼켜버립니다.
[현장음]
"보시면 빗물받이 주변에도 쓰레기가 많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쓰레기가 쓸려 내려와 빗물받이가 제역할을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주 집중호우 때도 빗물받이 쓰레기를 직접 퍼내 겨우 물길을 열었다는 경험담이 잇따랐습니다.
[장보현 / 경기 의정부]
"담배꽁초나 나뭇가지, 비닐, 스티로폼 이런 게 다 차 있어서 다 끄집어내니까 물이 빙글빙글 돌면서 다 쭉 내려가더라고요."
하수구 냄새를 막겠다며 빗물받이를 고무판으로 덮은 곳도 적지 않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험을 해보니, 빗물받이가 완전히 막혀있을 때 9분 30초 만에 빗물이 19cm 높이의 도로 연석을 넘어 수위가 상승했습니다.
빗물받이 내부에 쓰레기와 모래가 차 있으면 물이 통과되지 못하고 역류해 흘러 넘치는 모습까지 담겼습니다.
[정도준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시설연구관]
"강남역을 예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빗물받이 덮개가 있거나 쓰레기로 차있으면 시간당 강우가 100mm 정도 오는 경우 5분 만에 침수되는 현상이 나타났고요."
빗물받이로 들어온 빗물은 하수처리장으로 가는데, 쓰레기가 뒤섞여있어 하천 방류에 앞서 여러 단계의 정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수처리 기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장주호 / 탄천물재생센터 분석팀장]
"(폭우 상황에선) 평상시에 들어오던 (이물질) 양의 9~10배 정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거를 안하면 기계 파손이라든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빗물받이에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는 우리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정다은 기자 dec@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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