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아직도 스프링클러 없는 서울 시내 고시원 14%

  • 4년 전


2년 전 서울 종로의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 이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됐습니다.

악몽같은 사고 이후 생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고시원은 화재에서 안전해졌는지 우현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리포트]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이 가득했던 자리에는, 소주병과 과자, 꽃 한송이만 남았습니다.

그을음이 가득했던 고시원은 새롭게 페인트 칠을 하고 일반 사무실로 용도를 바꿨지만 아직까지 비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2년 전 화재로 숨진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라져 갑니다.

[분식 포장마차 주인]
"보고 인사만 하는 정도지. 와서 (음식) 먹고 하지는 않았어요."

[복권판매점 주인]
"로또도 (가끔) 볼 일보고 사가고 했는데. 그 사람들 어디 있는지는 몰라."

불이 난 3층에서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탈출했던 김순만 씨를 만났습니다.

[김순만 / 고시원 화재 생존자]
"자고 있는데 불이 확 들어오니까. 깜짝 놀랐죠. 창문 하나 크기가 이 정도 밖에 안돼요. 다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왔거든요."

김 씨는 화재 현장에서 5백 미터 떨어진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김순만 / 고시원 화재 생존자]
"병원 나오자마자 이곳으로 왔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니까. 서울시에서 30만 원 주는 걸로 석 달 버텼어요."

사고 트라우마는 여전합니다.

[김순만 / 고시원 화재 생존자]
"(길에서) 소방차 많이 몰려있고 불이 켜지는 거 보니까 막 저리고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당시 불이 난 고시원은 2009년 7월 이전에 운영을 시작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습니다.

경보기는 달려 있었지만 울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습니다.

사고 이후 2009년 전에 영업을 시작한 고시원도 2022년 6월까지는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고시원에도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달려 있었습니다.

[차명숙 / △△고시원장]
"이게 방마다 다 들어가있죠 스프링클러가. 배관이 다 들어가있죠. 물탱크에요 이거는"

하지만 여전히 없는 곳도 있습니다.

[○○고시원 관계자]
"(스프링클러도 돼 있어요?) 스프링클러는 없는데. 불날 리가 없어요. 다 벽돌인데"

지난해 기준, 스프링클러가 없는 서울 시내 고시원은 전체 5천 8백여 개 가운데 14%에 이릅니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흘렀지만 관련자 처벌은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시원장은 다음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생존자들에게 고시원은 두려운 곳입니다.

[조병렬 / 고시원 화재 생존자]
"들어갈 때는 저렴하면서도 편하게 잘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어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고시원 자체를 생각도 안해요."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김순만 / 고시원 화재 생존자]
"없는 사람들한테 마지막 기댈 수 있는 안식처? 보금자리 이렇게 봐야죠."

전문가들은 창문 설치와 최소 평수 규정 등을 법으로 강제해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강승희
영상편집 :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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