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오면 맞아 죽도록 놔둬"…치열했던 '육영재단' 분쟁

  • 5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2007년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CBS 노컷뉴스가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측과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측이 재단 운영권을 둘러싸고 폭력사태를 빚은 것은 2007년 11월 말이었다.

◇ 박 대통령 '5촌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 고 박용철씨도 등장

영상에는 박근령 전 이사장 측이 육영재단 사무실과 복도, 정문 앞 등에서 촬영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담겼다.

특히 '육영재단 폭력사태'에서 박지만 회장 측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던 박 대통령 5촌 조카인 박용철씨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서울시 광진구 능동 육영재단 정문 앞에서 박근령 씨측 인사를 겨냥해 "이XX 놔둬. 30분 있으면 한센인들 오니까 맞아 죽도록 놔둬!"라고 폭력배들에게 지시했다.

이는 한센인들이 계획적으로 폭력사태에 동원됐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센인 100여 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임두성 한빛복지협회(전국 한센인들의 모임) 회장은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국회로 진출하기도 했다.

박용철씨는 또 박근령 전 이사장측에서 동원한 용역회사 직원들에게도 "생활원 애들은 빠져라. 나 영등포다. 빠져라. 경고했다. 빠져라 애기들. 다 빠져있어라"라며 위협했다.

그는 이후 재단 운영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품고 "신동욱을 중국에서 죽이라고 박지만 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법정에서 공개하겠다"면서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 측에 거액을 요구하던 중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던 B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나라당 중량급 의원 다수가 폭력사태와 연루됐다"고 폭로했다. 또 폭력사태에 한나라당 차량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육영재단 이사장실에 감금돼 있었던 박근령 전 이사장의 반응도 눈길을 끈다.

박 전 이사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이제는 112가 우리 이야기를 듣습니까? 112가 이제는 듣느냐고요?"라고 직원들에게 확인하며 경찰에 직접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장면도 나온다.

◇ 경찰 "서로 육영재단 주인이라고 하니까 우리도 헷갈려요"

그는 최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제가 물리적으로 쫓겨나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며칠 후 다시 어린이회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상대측에서 전기와 수돗물까지 끊고 밤에 연장을 가지고 와 석고보드로 만든 사무실 벽을 뜯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신속히 출동하지 않아 여러 차례 항의했다"면서 "나중에 경찰이 출동은 했지만, 그땐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경찰은 조사할 의지도 안보이며 매우 소극적인 태도만 취하다가 그냥 돌아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상 속에 등장하는 경찰관들은 양측의 충돌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은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령 측 인사가 정문 앞에 출동한 112 순찰차에 다가가 "지금 이 덩치들에 밀리는 거 안 보입니까. 구경만 하는 겁니까?"라며 항의하는 장면도 담겼다. 정문에는 '재단 파행운영 책임지고 박근령은 물러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박지만 회장측이 동원한 폭력배들은 '육영재단 구사대'라는 어깨띠도 둘렀다.

경찰들 역시 "서로 자기가 육영재단 주인이라고 하고 직원이라고 하니까 우리도 피아가 구분이 안 되고 헷갈려요"라며 우왕좌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문 경비원들도 "우리 경비들은 뭡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라며 폭력배를 동원한 남매간 갈등 한가운데에서 곤혹스러워 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광진경찰서 P서장은 "전직 대통령 자녀들사이의 갈등인 만큼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었다"면서 "경찰이 어느 한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대단히 조심스럽게 처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 내외부로부터의 압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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