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데이트 코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서산 해미' 드라이브

  • 5년 전
비가 오는 아침 무작정 서해로 가보자고 출발한 두 남자의 여행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방면으로 차를 몰다가 서산IC를 조금 지날 때쯤 엄청난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도로 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초원 사이로 그림같은 벚나무 길이 이어져 있었다. 두 남자는 순간 눈이 마주쳤고, 우리가 갈 곳이 바로 저 곳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다음 출구인 해미IC에서 해미면 방면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베일 속에 숨어 있던 해미마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를 따라 흐르는 해미천 양쪽으로 벚나무 길이 쭉 뻗어 있었다. 그 길로 차를 몰아 들어가자 절정을 맞은 꽃잎이 흩날리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길옆에 주차를 하고 약 2.2Km에 이르는 산책로를 걸어봤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 어우러진 길은 데이트족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딱'이었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이렇게 예쁜 길이 있다니..'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해미천을 뒤로 하고 고속도를 따라 뻗어 있는 647번 지방도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경사가 얼마 되지 않는 오르막을 지나자 푸른 들판 위에 마치 수를 놓은 것 처럼 벚꽃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 저기 차를 세워놓고 경관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선선한 바람에 실려온 안개가 들판위의 벚꽃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언덕 사이로 길게 뻗은 길은 지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걸어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웠다.

이 곳은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산 한우목장으로 한우개량사업소가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나 구제역 때문에 지금은 입장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목장이 지방도를 따라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색다른 드라이브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산 목장에서 만난 출사객들이 한결같이 추천하는 코스가 있었다. 바로 용비지와 신창저수지. 647번 지방도를 이용해 서산목장에서 조금 더 북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신창교가 나왔다. 신창교를 지나 개심사 방면으로 우회전해 가다보니 신창 저수지가 나타났다.

물결이 거의 일지 않는 저수지 수면이 마치 유리처럼 주변 경관을 비추기 때문에 한편의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 했다. 게다가 목초지로 뒤덮인 산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는 채우지 않는 여백의 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신창저수지 근처 용비지 호수의 경관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신창저수지에서 용비지로 이어지는 농로를 자동차로 달리니 초원을 가로 질러 달리는 색다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시 647번 지방도를 따라 해미면 방면으로 차를 몰아 옛 성곽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는 해미읍성을 찾았다. 낙안읍성·고창읍성과 함께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대표 3대 읍성 중 하나인 이곳은 해미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러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성곽길을 따라 읍성을 걸으면 옛 시대로 돌아간 듯 아늑하고 편안한 기운에 빠져든다. 역사와 이야기로 가득 찬 읍성을 천천히 느끼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읍성안에서는 '정자'에서 전통 차를 즐길 수도 있고 주말엔 승마나 국궁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해미읍성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이곳에선 신앙을 지키려던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해 대표적인 천주교 순례지 중 하나로 꼽힌다.

서산 해미 일대는 편안한 드라이브 코스와 이런 저런 볼 거리,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울려 연인들이 알콩달콩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내레이션 : 강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