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액운을 쫓는다, 기운이 좋다, 이런 이유로 보존해야 할 명소들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왕릉 앞에서 벌어진 굿판에 아름다운 바위에 적은 낙서까지.
현장 카메라 김승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름다운 바다 경관으로 유명한 울산 대왕암공원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미신 때문에 몸살을 앓았는데요.
도 넘은 미신으로 멍들어가고 있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바위 한가운데 페인트로 '바다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범인은 60대 여성.
집안 남자들이 좋은 기운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울산 동구청 관계자]
"당연히 그런 쪽에는 다 이렇게 줄, 로프 펜스(밧줄 울타리)라든지 이런 거 쳐놨는데도 굳이 넘어가신 거죠."
낙서가 발견된 직후 바로 복구 작업을 진행했지만 바위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낙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구 / 충남 논산시]
"말도 안 되는 얘기죠. 미신이라고 하는 건 자기가 믿는 걸 어떻게 믿느냐는 건데 그럴 거면 자기 집 담벼락에 써놓으라고…"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주 앞바다의 문무대왕릉은 1967년 사적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왕릉 앞 횟집들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굿판이 한창입니다.
[유은주 / 울산 남구]
"이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뭔가 굿하는 소리가 들려서 아이한테는 안 보여주고 싶고. 안 봤으면 좋겠어서 그냥 얼른 지나쳐 왔습니다."
오색천 등 굿판에 사용되는 용품을 파는 건 물론이고, 굿당까지 빌려준다고 쓰여 있습니다.
[굿당 이용자]
"(굿당 빌리는 데) 한 10만~15만 원? 사람들 눈치도 안 보고 막 굿 하고 이런 데가 많이 없다 보니까."
[횟집 사장]
"정월달 되면 차 댈 데가 없어요."
바닷가에서는 사람들이 새들에게 떡을 바치거나 방생고기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방생고기 구매자]
"문무대왕한테 기도드리고요. 나 편하려고, 1년 편하자고 방생(하는 거예요)."
[김모 씨 / 포항 북구]
"굿을 하시면 음식 찌꺼기를 너무 많이 버려요. 돼지 껍데기라든지. 한 번 오면 두 번 오고 싶지 않은 곳처럼 쓰레기도 너무 많고."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각인데요.
굿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근 카페 사장]
"수시로 하는 거기 때문에 얼마나가 없어요. 밤이고 낮이고 없이 그냥 하는 거죠."
[경주시청 관계자]
"신앙 행위에 대해서는 강제 (금지)할 수가 없잖아요. 위생이라든지 소음 문제에 대해서는 늘 민원이 발생되고…"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는 상식 위에서 나의 간절한 기도와 바람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김승희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작가 : 전다정
김승희 기자 sooni@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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