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팩 안고 자"…폭염 속 '빈곤 가정 아이들'

  • 10개월 전
"얼음팩 안고 자"…폭염 속 '빈곤 가정 아이들'

[앵커]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무더위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이들이 있는데요.

바로 빈곤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에만 의지하거나 얼음팩을 껴안고 더위를 식히기도 합니다.

문승욱 기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냉장고에 놓인 얼음팩.

끌어안고 자기 위해 얼려놓은 것들입니다.

집안 곳곳엔 제습기도 놓여 있습니다.

폭염에 반지하 특유의 습기까지 더해져 1분만 있어도 땀이 흥건해집니다.

이곳에서 빈곤 가정의 삼남매 아이들이 3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냥 습하면 저희 덥고 선풍기 틀고 얼음팩 수건에 감싸서 껴안고. 그냥 그러고 살았던 것 같아요. 마땅히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덥다보니 아이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냥 집이 아주 시원하게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안 더워서 언니랑 그래도 그나마 덜 싸우게…더워서 싸우는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넓고 시원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을 들어주지 못해 가슴이 먹먹합니다.

"누구네 집에 갔으면 에어컨 빵빵하게 나올 때 저희들은 선풍기 하나로 본인들이 그 여름을 나야되니까. 그걸 해줄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마음이 아픈 거죠."

전국 아동 20명 중 1명은 주거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복지법에는 주거환경 사항이 규정돼 있지 않아 주거빈곤 대책 마련의 근거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서울시와 구청이 냉방기 설치 등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몰라서, 또 늦어서 지원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 정책들이 가정에서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 신청주의 정책들이고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게 되면 에어컨 지원은 중복 지원이라서 제외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주거환경이 아동기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빈곤 가정 아이들을 위한 주거 정책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winner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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