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잇슈] 여름밤 바닷가 찌르는 화약 냄새…광란의 밤 '무법천지' 속으로

  • 10개월 전
[현장잇슈] 여름밤 바닷가 찌르는 화약 냄새…광란의 밤 '무법천지' 속으로

이곳은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입니다.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보니, 지난해 이곳을 포함한 인천의 해수욕장 세 곳을 찾은 나들이객 92만여 명이었습니다.

올해도 본격적인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폭염을 피해 더위를 식히러 사람들이 대거 몰렸는데요.

제 뒤를 보시는 것처럼 돗자리와 의자, 텐트까지 이 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벌써 지난 주말에만 4만여 명이 다녀갔는데요.

하지만 잠깐의 즐거움 뒤에 이곳은 쓰레기 등 각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태가 어떤지 한번 현장에서 알아봤습니다.

현재시간 저녁 8시 반을 조금 넘긴 상태인데요.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데, 이처럼 불 피우는 취사 행위 백사장 내에서 엄연한 금지 행위지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고요.

본격적으로 밤이 깊어 오면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피서객들 머리 위로 연인 굉음이 울리며 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백사장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이런 불꽃놀이 행위 엄연히 금지된 행위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겁니다.

이 일대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고요, 연기가 일대를 뒤덮고 있습니다.


"가 있어, 여기 너무 위험하다."


"애들이 하고 싶어 해서, 집에 가기 전에 한 번씩 하고 가려고...불법이 언제쯤부터 그렇게 된 거예요?"


"(폭죽놀이 백사장에서 하는 게 안된다고 들었는데..) 아예 몰랐어요. 버젓이 팔고 있길래 재밌어 보여서 산 건데..."


"사람 쪽으로 쏘게 되면 많이 위험하긴 한데...술 먹고 하면 많이 위험하죠."

경찰에 미리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총포나 다른 화약류와는 다르게, 이 폭죽은 '장난감용 꽃불'에 속하는데요.
판매까지 막을 규정은 없다 보니 주변에선 종류별로 자유롭게 팔고 있습니다.


"상인들끼리 (밤)11시까지만 팔자고 하기로 했대요. (지키시는 분들이 있어요?) 글쎄 모르겠네, 장사하는 사람은 그런 걸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위력이나 사용법은 있어요?) 손에 들지 말고 하고 땅에 박고 하라고 쓰여 있어요."


"바닷가다 보니까 숙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여기서 너무 잠을 못 자서 시끄러워서, 신도시 쪽으로 가시거나 어렵게 출퇴근하는 분들이..."

이뿐만이 아닙니다. 구청에 미리 허가받지 않은 버스킹 행위 역시 무분별한 소음을 유발할 수 있어서 금지되어 있지만, 각종 음향장비들이 동원돼 곳곳에 미니 공연장이 생겼습니다.


"(백사장에서 안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아니에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희가 소리 줄여가면서 해요. 폭죽도 그렇고 버스킹도 그렇고 즐거워하시니까, 암암리에 하고 있는거죠."


"이건 너무 하잖아. 잠을 잘 수가 있어요? 이렇게 난리인데? 하지 말라고 말리다 말리다 못 말렸어요. 다 외지인들이지 여기 사람이야 누가 저렇게 하겠어요? 무법지대야. 무법이라고 여기는."

현재 밤 11시가 넘은 시각인데요. 이렇게 주인 없는 빈 돗자리엔 각종 술병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계도는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저희가 물론 나가긴 하는데, 단속 권한은 저희한테 있는 게 아니라 어려움이 많아요."


"관광객 입장에선 놀러 왔는데 과태료를 부과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일률적으로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청소가 시작되는 아침 7시, 저희가 이곳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주말에는 인천 중구청 청소 용역업체 전 인력 12명이 투입되는데요.

해변 1km를 따라 오후 4시까지 수거하는데, 지난 밤사이 즐기고 간 뒷자리는 어땠을까요. 직접 수거에 동행해 보겠습니다.

곳곳에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이 있지만 소용없습니다.

보시면 바람 빠진 튜브부터 텐트까지 그대로 버리고 갔고요. 집에서 가져온 김치통 안에는 김치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한쪽엔 작은 쓰레기 산이 금세 생겨버렸습니다.


"여기다 다 올려놓고 간 거. 기저귀를 이렇게. 오만 거 다 버리고 가니까, 성질나지. 해도 해도 너무 하지. 별거 다 벗어놓고 가지."


"식지도 않은 폭죽을 마대 속에 넣어서 커다란 화재가 발생해서 119까지 출동했어요. 곳곳에 검게 그을리고..."

지난 10년 동안 불법 폭죽놀이 과태료 부과 건수 전국적으로 740여 건, 적발 건수는 3만 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곳 을왕리 일대에서 부과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저희가 두 시간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수거된 쓰레기들이 속속 모이고 있습니다.

이후엔 선별장으로 가게 되는데요, 그 양만 따지면 밤사이 4.5톤의 쓰레기가 모입니다.

15kg짜리 일회용 봉투 130개를 포함해 이 주황색 마대자루가 25kg인데, 한 100자루가 넘게 모인다고 합니다.
주말에만 9톤의 쓰레기가 나오는 겁니다.

올해 운영되는 지정 해수욕장 전국적으로 261곳입니다.

피서지의 이런 비양심 실태, 비단 이곳만의, 또 올해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역시 지난해에만 89만 명이 찾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 경우 지난달부터 공원 전체를 음주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지자체가 관광객들의 눈치를 보느라 현실적으로 법망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 무법지대가 돼버렸습니다.

그사이 자연은 몸살을 앓고 있고 시민의 안전도, 주민의 일상도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획: 김가희
-취재: 이채연
-영상 취재: 김상윤
-편집: 박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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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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