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앵커]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전국 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멀리 제주도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동남아 열대과일' 키울 수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바나나가 충북 청주에선 애플 망고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현우 기자가 경제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자]
강원 정선군 씨감자 밭입니다.

호미질 한 번에 감자가 쏟아집니다.

[현장음]
"벌써 이런 게 나와요?"

대표 품종인 수미감자를 대체할 다른 품종을 연구하는 겁니다.

수미는 1978년 도입될 땐 더위에 강하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원도 주요 감자 산지의 연 평균 기온이 최근 10년 사이 1도 오르자 수확량이 크게 줄고 기형 감자 발생은 늘었습니다.

[윤중만 / 씨감자 업체 대표]
"(수미는) 지금 환경하고 천지차이예요. 그만큼 병충해라든가 온도적인 리스크라든가 이제 엄청 많은데 농민들은 그걸 모르고…"

두백이란 품종도 보급됐지만 출하 시기가 장마와 맞물리며 썩기 일쑤.

다른 대안 품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임영석 /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품종 하나 때문에 수량이 반 토막 난다는 이야기는 소비자는 피해자잖아요. 감자 가격이 계속 뛰잖아요. 왜냐하면 수량이 안 나오니까."

감자가 강원도 대표 작물 자리를 내놓아야 할 처지라면 높아지는 기온 탓에 과수 농가는 아예 재배 작물을 바꾸고 있습니다.

울창하게 늘어선 바나나 나무와 후덥지근한 공기, 동남아시아나 제주도가 아닌 지리산 자락입니다.

수확이 한창인 경남 산청군의 바나나 농장입니다.

내부는 항상 32도로 유지되고 있고요.

유기농 재배를 위해 벌레를 잡는 닭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일조량이 좋다 보니 지난해 한 해만 110톤의 바나나를 수확했습니다.

5년 전 농장을 열 때보다 기온이 오르면서, 재배하기는 더 쉬워졌습니다.

[강승훈 / 바나나 농장주]
"10에서 15% 정도는 (전기) 사용량이 줄지 않았나. (겨울에) 추운 정도도 좀 덜하다 볼 수 있는 것이고 아주 추운 기간이 조금 짧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비닐하우스 안 나무마다 발그레한 열매가 익고 있습니다.

태국이나 필리핀에서 주로 나는 애플망고입니다.

청주 지역의 서늘한 날씨와 맞지 않아 처음엔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컸습니다.

농장주는 높아지는 한반도 기온을 생각하며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정희 / 애플망고 농장주]
"예전에는 버섯을 키웠었거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온도가 어차피 올라갈 것 같은 거예요. 바나나, 파파야 이런 종류도 사실은 찾아다녔어요. '소득도 조금 높을 거다' 판단 하에…"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서 자라다가 남해안을 거쳐 내륙으로 재배지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열대과일이 한반도에 들어선 사이, 사과, 복숭아, 포도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은  2070년이 되면 재배 가능지역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 변화가 우리 대표 작물 지형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경제카메라 정현우입니다.

연출 박희웅 김태희
구성 강전호


정현우 기자 edg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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