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세입자, 지원 사각지대서 극단적 선택

  • 작년


[앵커]
저희 채널A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미추홀구 전세황제의 사기 사건, 30대 청춘의 생명까지 앗아갔습니다.

피해 세입자였던 30대 남성이 "버티기 힘들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직장 잃고 전세금 날리고, 대출 이자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스티커가 붙은 현관문 위로 경찰의 출입통제선이 처져 있습니다.

우편함에는 2월 수도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는데, 납부 기한은 지난달 28일까지였습니다.

바로 그날, 이곳에 살던 세입자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버티기 힘들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남성은 12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구속된 미추홀구 '전세 황제' 남모 씨의 전세 사기 피해자였습니다.

숨진 남성의 전세 보증금은 7천만 원. 

경매 처분 시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기준 금액 6천5백만 원보다 단 5백만 원이 더 많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은행 대출 최대 4년 연장과 긴급 주거 지원을 약속했지만 해당 남성은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전세 피해 확인서가 필요한데 이게 발급 안 된 겁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경매도 진행 중이라 요건이 안 된다는 게 전세 피해 지원센터 측 설명입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이 아직 1년이 남았어. 1년 지날 때까지 돈을 안 주겠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이게. 말뿐이지 되는 게 없어요."

전세 황제에게 이름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도 '나 몰라라' 합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할 수 있는 거 다 해봐. 난 돈 없어. 너희한테 해줄 거 없어. 이런 식으로 (임대인하고) 통화를 해본 적이 있었나 봐요."

미추홀구 전세 황제가 떼먹은 전세 보증금은 126억 원, 피해자만 163명에 달합니다.

채널A 뉴스 김지윤입니다.

영상취재: 박연수
영상편집: 강 민


김지윤 기자 bond@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