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늦었어도'…화염 휩싸인 노숙인 구한 시민들

  • 4년 전
'조금만 늦었어도'…화염 휩싸인 노숙인 구한 시민들

[앵커]

차가운 겨울 거리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의 온몸에 불이 붙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노숙인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요.

위험을 무릅쓴 용감한 시민들 덕분이었습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기자]

한밤중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습니다.

"뭐야. 뭐야."

시민들이 온몸이 화염에 휩싸여 허우적거리는 행인을 발견하고 급히 차를 세우고 불을 끄기 시작합니다.

다른 시민들도 달려와 힘을 보탭니다.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13일 새벽.

갑자기 몰아친 한파 속에 50대 노숙인이 부탄가스로 불을 피우고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불은 바로 옆에 있던 노숙인의 옷에 옮겨붙은 뒤 삽시간에 온몸으로 번져나갑니다.

30살 김보건씨와 여자친구는 귀가 도중 불길에 휩싸인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둘은 곧장 119에 신고하고 차량에 있던 무릎 담요로 노숙인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불이 보이길래 쓰레기 태우나 싶었는데 사람이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 싶어서."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노숙인은 두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대처가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지거나, 불이 바로 옆 건물로 번질뻔한 상황이었습니다.

김보건씨와 여자친구도 불을 끄는 과정에서 손과 옷이 그을렸습니다.

"무서웠죠. 아무래도 TV에서 보던 그런 상황이 제 눈 앞에 펼쳐지니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위험에 처해 있으니까, 그 상황에서 저밖에 없었잖아요."

위험을 무릅쓴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차가운 거리에서 스러질 뻔한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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