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놓여 있던 ‘붓펜 유서’

  • 4년 전


■ 방송 : 채널A 뉴스 TOP10 (17:50~19:20)
■ 방송일 :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진행 : 김종석 앵커
■ 출연 : 최단비 변호사, 구자홍 동아일보 주간동아팀 차장,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종석 앵커]
오늘 뉴스 TOP10은 故 박원순 시장 소식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현종 위원님, 어제 뉴스 TOP10이 이 시간에 박원순 시장의 실종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렸습니다. 결국 자정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아직까지 너무 황망하고 충격적이어서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제 속보가 떴을 때 가짜뉴스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하루 일정이 많을 때는 10개가 넘을 정도로, 워커홀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오전에 집을 나가신 다음에 오후에 따님이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 실종됐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결국 어제 자정 시간이 넘어서 숙정문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김종석]
황망, 충격 그 자체일 겁니다. 이제 앞으로 요 며칠 정치권 움직임은 올 스톱될 것 같습니다. 오전부터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구자홍 차장,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참모들도 조문에 나섰습니다.

[구자홍 동아일보 주간동아팀 차장]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문 대통령께서도 오늘 연수원부터 이어져온 참 오래된 인연인데 충격적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요. 그 말씀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조문을 마친 후에 기자들에게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여권은 상당히 큰 충격에 휩싸여있는 모습입니다.

[김종석]
대통령의 조화가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박원순 시장의 빈소에 들어가는 화면까지. 조금 전 서울대병원에서 온 영상을 화면으로 만나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는 시장 공관 책상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필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최단비 변호사님, 박 시장이 붓펜으로 직접 자필 유서를 썼더라고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모두 안녕”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유서가 발견된 것을 보니 본인이 미리 결심을 굳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단비 변호사]
어제 실종신고가 되고나서 7시간 이후에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찰 입장에서는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극단적인 선택인지 외부의 원인에 의한 사망인지.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한다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에 공관을 나설 때에는 의도하지 않았다가 우발적으로 이런 결정을 한 것인지. 왜냐하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의 동기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서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유서를 작성했던 시기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공관에서 저 유서가 발견됐으니까 이미 오전에 저 유서를 작성하면서 비보와 관련된 결심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드는 상황입니다.

[김종석]
이현종 위원님, 이렇게 직접 붓펜으로 쓴 육필 유서를 보니 짧다면 짧고, 비교적 간결하게 써져있는데요. 여기에서는 본인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거든요.

[이현종]
저는 저 마지막 유서를 보면서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는데요. 왜냐하면 박원순 시장은 독특한 글씨체가 있습니다. 저 글씨체는 잘 알려진 글씨체죠. 굉장히 익숙한 글씨체인데요. 저 한 글씨 한 글씨를 쓸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본인이 세상과 작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 아니겠습니까. 정말 박원순 시장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난 분이 안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에게 남기는 글들. 그리고 “모두 안녕”이라는 저 한 마디가 왜 떠났을까, 떠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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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텍스트는 실제 토크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전체 토크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정리=호현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