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인기곡 창작자가 배고픈 음원시장

  • 6년 전


요즘은 모든 음악을 IT 기기로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데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보다 중개하고 유통하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때도, 거리를 걸을 때도.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예빛 / 서울 관악구]
"저는 음악을 좋아해서… 24시간 중에 15시간 정도를 틀어놓고. 잘 때도 음악 틀어놓고 그래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된 10여 년 전부터.

매달 만 원 정도로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사용자 수는 지난해 13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이 서비스는 곧 크게 오를 전망입니다.

가수와 작사, 작곡가들은 자신들의 몫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회사들은 이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창작자가 배고픈 음원 시장]

['칵테일 사랑' - 마로니에 프렌즈]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이 노래를 부르고 '널 사랑해', '오징어 외계인' 등을 작곡해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마로니에 프렌즈.

하지만 지금 받고있는 음원 수익은 턱없이 적습니다.

[파라 / 가수 '마로니에 프렌즈']
"저희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거는 그쪽(음원 수익)으로는 생각을 안 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한 금액인 거 같아요."

가수 지망생들을 지도하고 기타 레슨도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마로 / 가수 '마로니에 프렌즈']
"이제 점점 사람들이 안 찾고 잊혀지면, 거의 (저작권료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금액으로 떨어지죠."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그룹 시나위의 신대철 씨.

왜곡된 음원 유통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며 2년 전부터 원작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중 음악계의 스타였던 신씨가 저작권 전쟁의 전면에 나선 이유는 뭘까.

[신대철 / 그룹 '시나위']
"대다수의 음악 창작자들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곤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고 음악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보니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아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배분 비율을 원작자 60%, 서비스 사업자 40%로 나누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럼 가수의 몫은 얼마나 될까.

[신대철 / 그룹 '시나위']
"우선 플랫폼 사업자가 굉장히 많이 가져가고요. 거기가 40% 가져가면 나머지 60% 중에서 10%는 음악 저작권협회에다가 줘요."

원작자에게 할당된 몫 60%에서도 다시 배분이 이뤄집니다.

음원 제작사와 유통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가수와 연주자가 받는 몫은 6%에 불과합니다.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73%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이 제작사와 유통사에 돌아가는 구조.

가수와 작사, 작곡가 몫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선진 외국의 음원 시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 등 세계 굴지의 스트리밍 업체들은 원작자와 스트리밍 업체의 배분 비율을 7대 3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은 개별 협상을 통해 얼마든 바꿀 수 있습니다.

[유기섭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무총장]
"해외와는 다르게 정부가 (음원)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예요. 저작권법 개정이 이뤄져야 정부가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지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습니다."

음원 제작사와 스트리밍 업체 사이에 중간 유통업체가 끼어있는 것도 작지 않은 문제입니다.

[윤일상 / 작곡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중간에 들어가는 사업권자들이 많이 끼어있기 때문에 많이 스트리밍되면 될수록 오히려 창작자들한테는 마이너스가 돼버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금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가격은 갈수록 오르는데,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은 여전히 배고픈 왜곡된 현실.

원작자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마로 / 가수 '마로니에 프렌즈']
"한 곡이 탄생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열정과 자기 몸이 망가져도 그걸 다 잊어버리고…“

[신대철 / 그룹 '시나위']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방탄소년단(BTS)이 있지만 반면에 정말 힘들게 음악 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윤일상 / 작곡가]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일부분이라도 공정하게 받고 살 수 있으면 좋지 않나. 그것밖에 바라는 것 없습니다."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김지희
구성 고정화 김대원
그래픽 전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