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지 스님은 근로자?…"지휘·감독 받았으면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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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지 스님은 근로자?…"지휘·감독 받았으면 근로자"

[앵커]

종교인은 흔히 봉사자나 수행자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죠.

사찰의 부주지 스님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업무상 지휘·감독'하에 근로했다면 종교인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진기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사찰에서 부주지 스님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22년 사찰을 소유한 재단법인으로부터 문자로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법인이 사찰을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했는데 A씨가 재단의 퇴거명령을 거부하고 욕설을 하는 등 스님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고,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습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A씨의 불복으로 열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에선 A씨가 근로자가 맞다고 봤습니다.

A씨가 재단의 지휘·감독을 받아 행정·관리업무를 했다며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재단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법원 역시 A씨가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재단은 우선 A씨에게 매달 지급된 돈은 사찰이나 스님에게 감사의 의미로 공양하는 '보시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A씨가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고 업무 내용, 근무 시간과 장소도 사전에 지정되지 않아 사찰과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매달 지급된 돈은 임금으로 봐야 하고, A씨가 사찰관리와 행정 업무를 하며 재단 전무이사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기도 하는 등 재단의 지휘·감독 하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 법원은 근로자인 A씨에게 재단이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서면' 통지 원칙을 어긴 부당 해고라고 봤습니다.

재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연합뉴스TV 진기훈입니다. (jinkh@yna.co.kr)

#스님 #근로자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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