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 전
불법 촬영 사건 관련 재판에서는 증거 조사를 위해 영상을 법정에서 직접 재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법조계에서는 새로운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불가피한 절차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축구선수 황의조 씨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형수 A 씨.

A 씨는 형 부부의 헌신을 인정하지 않는 황 씨를 혼내주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상대 여성 얼굴은 영상에 나오지 않게 편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A 씨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재판부는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방청객을 내보내고 법정에서 영상을 재생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피해 여성은 '포르노 배우라도 된 것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비공개 재판이라도 판사와 검사뿐 아니라 법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영상이 다시 노출되는 자체가 수치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불법 촬영물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이른바 '박사방 사건' 당시에도 성 착취물 증거 조사 방식을 두고 재판부가 고심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재판부는 영상물을 증거 조사할 때 법정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영상 전부나 일부를 재생해야 합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어떻게 영상을 확인할 건지 토론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결정은 판사 재량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소한 영상을 볼 필요가 없는 법원 직원은 내보내거나, 피고인이 동의한 증거는 조사를 생략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법무부도 재작년,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영상을 대형 스크린이 아닌 개별 장치로 재생하도록 특례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반면, 증거 조사는 혐의를 밝히기 위한 필수 절차이기 때문에 비공개 재판만 지켜진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혐의가 확실하게 밝혀지면 가해자를 가중 처벌할 수도 있어 피해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법 촬영 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2차 가해 고통을 호소하는 게 현실인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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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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