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흉물 된 도심 폐교…다른 쓰임새도 난망

  • 4개월 전


[앵커]
저출산으로 학생이 줄다보니 학교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농어촌 학교는 물론 서울 도심 학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해 장기간 방치되며, 흉물이 되고 있습니다.

김태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8년부터 문을 닫은 서울 은평구의 은혜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다 결국 폐교 조치됐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인지 다시 가봤습니다.

학교 정문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었습니다.

수위실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인 듯 먼지가 쌓였습니다.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길 옆 담벼락 너머 창문은 군데군데 깨져 있습니다. 바로 위쪽 학교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축대 같은 건물은 수직으로 큰 균열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비어있는 학교가 우범지대로 변할까봐 걱정입니다.

[강용학 / 서울 은평구]
"중고등학생 같은데, 남녀가 한꺼번에 학생들이 담을 넘어서, 안에서 뭐를 하는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신고해서 경찰이 오는 경우도 왕왕 있고."

재단 소송 등으로 학교 부지가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 중 한곳인 건대입구역, 이곳에 있는 화양초등학교는 지난해 2월 폐교됐습니다.

학생 수가 유지 정원을 못 채웠기 때문입니다.

학교 정문이 있던 곳에는 차단기가 설치됐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 한켠은 임시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24시간 개방돼 주민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지만 상주하며 학교를 관리하는 인원은 없습니다.

학교 곳곳엔 쓰레기가 쌓였고 반려견 배설물들도 널려 있습니다.

[윤나연 / 서울 광진구]
"똥 싸고 가고, 어떨 때는 안 치우고 가고요, 개가. 그거 질색이에요, 아주 뭐라 말을 해도 듣지도 않아."

폐교된 학교 시설 일부는 복지시설로 쓸 계획이었지만 구청과 서울시교육청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1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원래는 광진구하고 협의해서 청년종합복지관 사업을 증축동에서 추진하려고 했는데, 이게 좀 제반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추진이 중단됐어요."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6곳.

올해도 도봉고, 성수공고 등 3개 학교가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폐교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미활용 부지로 방치된 폐교는 전국에 358개교, 전체 폐교 4곳 중 1곳에 달합니다.

특히 과밀억제권역인 서울은 폐교 이후 10년 동안 용적률, 건폐율을 제한받습니다. 

교육부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일도 오래걸리다 보니 그만큼 민간 임대나 매각이 어렵습니다.

[박남기 /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을 발휘해서 용도를 조금 더 넓히거나, 건폐율을 좀 더 높이거나 이렇게 하는 방향으로…"

늘어나는 도심 폐교들, 흉물이 되지 않게 발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다시간다 김태우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김태우 기자 burnk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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