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고 싶은데"…불법촬영에 무너져내린 피해 가족

  • 6개월 전
"잊고 살고 싶은데"…불법촬영에 무너져내린 피해 가족

[앵커]

불법 촬영 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의 고통은 어떨까요.

촬영물이 어디에 퍼질지 몰라 불안에 떨고, 가해자의 협박에 못이겨 또 다른 피해를 낳기도 하는데요.

평생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야하는 피해자들의 삶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가족들의 일상까지 무너뜨렸습니다.

김예린 기자가 피해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기자]

교제하던 남성이 한 달 만에 돌변한 그날부터 A씨의 삶은 서서히 시들어갔습니다.

"네 영상 뿌릴게 그냥. (아니) 네 영상 그냥 팔고 내가 그걸로 돈 벌래."

이 남성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었습니다.

"계속 불안했었고 사이트에 들어가는 걸 직접 보여줘서 여기다 네 이름 적을 것이고 이제 올리기만 하면 된다…"

협박이 두려웠던 A씨는 돈과 자신 명의의 카드를 넘기며 대출까지 받았고, 2년 동안 불어난 피해 금액만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4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A씨의 삶을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하던 일도 그만둔 A씨의 일상은 법률기관과 상담실을 오가는 날들로 채워졌습니다.

"일도 제대로 못 해서. 제가 정신적인 피해가 너무 커서 딱히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약을 못 먹으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요."

법률 상담으로 하루를 시작한 뒤 상담사에게 응어리를 쏟아내고 나면 남는 건 빼곡히 쌓인 진단서와 심리 상담 기록.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고통들. 일기장에는 끔찍한 감정들만 가득합니다.

A씨는 이 기록들이 앞으로도 늘어갈 거란 사실을 하릴없이 받아들입니다.

"나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기다리고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내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내가 스스로 돈을 내서…"

혼자서 견뎌내던 고통의 무게를 이젠 가족들이 그대로 떠안고 있습니다.

"그렇게 협박받는 줄은 진짜 몰랐죠. 아빠도 신고하고 난 뒤에 와서 엄청 애 끌어안고 펑펑 울었죠."

딸을 보살피며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평범한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가게 제대로 안 되더라도 딸이 우선이니까. 제대로 생업에 종사하기가…그런 놈 만나게 된 게 우리 탓인 것만 같아서 정말 하루하루 너무 힘들고."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 했던 딸.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딸애가 올해 뛰어내렸거든요. 그때 내가 마음이 진짜… 대학병원에 3개월 입원도 하고 지금 없을 뻔했고… 피해자들이 너무 힘들어요."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남은 빚과 재판까지, 시간이 약이라는데 갈수록 지쳐갈 뿐입니다.

"아직도 민사랑 2심이라는 게 남아 있어서. 솔직히 많이 지쳤어요. 나의 삶에 너무나 지장이 많이 가는데도…"

피해자와 가족들은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y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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