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성범죄 피해 아동에 "첫 성관계냐"…대책 마련 시급

[앵커]

성범죄 피해 아동 청소년들이 직접 재판에 나와 피해 사실을 설명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미성년자에 한해 법정 진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를 인정했던 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2차 피해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박수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는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의 법정 진술 대신 수사 과정에서 녹화한 진술을 증거로 쓸 수 있게 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은 성범죄의 핵심 증거인데, 피고인에게 다툴 기회를 주지 않아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법 조항은 재판에서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9년 전에는 '합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이를 뒤집으면서, 이제 미성년 피해자도 법정에 서야 합니다.

헌재는 2차 피해를 막을 대안으로 수사 초기 피해자 진술 조사에 피고인 참여를 보장하는 증거보전 절차 등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 반응입니다.

"피해 기간이 길다든가 다수 가해자가 관여돼 있다거나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에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해자한테 사건의 쟁점이나 증거수집 상황을 노출하게 되는… 증거인멸 기회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성 경험을 묻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질문까지…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실제 법정에서 받은 질문들입니다.

당장 이런 공격적인 질문과 유도 신문을 막을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금도 재판장이 신문에 개입할 수 있지만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제대로 작동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연령대별 발달적 특성도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센터에 근무하면서 증언한 가장 어린아이는 만 4세였어요. 어떤 자극적인 질문을 해서 그 아이한테 상처를 주거나 압도감을 준 이후라면 그 질문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거예요. 적어도 미리 해서는 안 되는 질문에 대한 프로토콜은 마련돼야…"

피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방어권 남용'은 아닌지 살펴 '양형상 불이익'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정말로 억울한 상황인지 여부를 본인 스스로 판단하게 해서 증인으로 부르게 된다면 억울한 상황이 아닌데도 (피해자를) 부르는 상황은 좀 줄지 않을까…"

아동·청소년 성범죄 특성상 회유와 압박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사후 모니터링과 전문조사관 제도 도입 등 중장기 대책도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박수주입니다. (so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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