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개 식용 논란 "복날은 간다"

  • 3년 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개 식용 논란 "복날은 간다"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언급하며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가능한 일인지, 또 현재 실상은 어떤지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김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개 식용금지 법제화 가능성은?…관건은 사회적 공감대 / 김지수 기자]

서울시 내 한 개고기 판매 식당입니다. 한창 영업 중이지만 국내 배달 대행 서비스 앱에선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메뉴로 보고 등록을 제한하고 있는 겁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개 도살 금지를 따로 명문 조항으로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개는 식품 분류에서 인정하는 원료에도 포함되지 않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다루는 가축의 범위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개고기가 식품으로서 위해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아닌 상황에서 식당 위생 기준 점검 범위에서만 단속은 이뤄집니다.

"(식용)가축의 범주에 빠져 있다 보니까 사각지대라고 해야 하나 개를 명확히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고, 식용을 한다는 규정도 없거든요…"

이 때문에 개고기 식용을 막기 위해서 별도의 법을 만드는 논의도 가능하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72.1%가 개고기 섭취를 개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행)절차도 지금 정해진건 없는거구요. 여러 부처도 관련이 있어서 논의를 할 거예요. 변수가 많아서요. 법으로 정할 수도 있고…"

대만은 2017년 법으로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했고, 중국도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개 식용 문화가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개 식용 금지'가 추세가 되곤 있습니다.

국회에는 개나 고양이를 도살 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결국 법제화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개 식용금지와 관련해서 대단히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문화적으로 변화해 나가니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든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개 식용 논란의 시작은 서울 88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8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화적 영역에서의 해결이 아닌 식용 금지라는 제도화로 40년에 걸친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앞서 말씀드린 서울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행사를 앞두고 해외 동물애호단체 들의 압력이 이어지자 정부는 개고깃집을 외곽지역으로 옮겼습니다.

보신탕 대신 '사철탕' , '영양탕' 같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즈음에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는 편지를 쓴 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평창올림픽 때도 도마 위에 오르는 등,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 식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는데요.

우리 문제를 외부의 기준만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이미 개 식용을 둘러싼 여론에는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 관습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구려 시대 벽화에도 개 도축이 기록돼있습니다.

조선 시대 때 이야기인데요. 개고기를 좋아하는 실력자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선물해 벼슬을 얻은 이팽수는 '개고기 주서'라는 뜻의 '가장주서'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반대로 개가 병이 나면 의원을 부를 정도로 반려견을 애지중지한 판서 조상진의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개를 소나 돼지 같은 가축으로 보느냐, 반려동물로 보느냐는 시선의 차이가 이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 조사에서는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개나 고양이 고기를 생산 판매하지 말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15%에 이르는, 생활환경의 변화도 한몫했을 겁니다.

국내 3대 개 시장 가운데 이제 남은 건 대구 칠성시장뿐입니다. 그나마 도살장을 모두 없애고 보신탕집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개인의 '먹을 자유'보다, 개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사육, 도살, 유통 등 모든 과정이 동물 학대와 불법인 현실을 더 무겁게 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박지성 선수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팬들이 불러준 자신의 응원가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호소했습니다.

일명 '개고기송'인데요. 박지성 선수는 당시에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세상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개고기 먹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황희찬 선수가) '개고기송' 응원가를 듣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언급으로 논쟁의 전환점을 맞은 셈인데요.

지난 20대 국회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지난해 발의된 관련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해당 법안은 법률에 '개 식용 금지 규정'을 처음으로 명시해, 앞으로 논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준흠 기자]

이렇게 동물권을 중시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생존권이 걸려있는 육견업계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방준혁 기자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개 식용 금지 뜨거운 논쟁…"보편 흐름" vs "규제 과도" / 방준혁 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보신탕 골목을 찾았습니다. 점심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