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그날의 충격…방치되는 '산재 트라우마'

  • 3년 전
또렷한 그날의 충격…방치되는 '산재 트라우마'

[앵커]

근로 현장에서 산업재해 사고를 목격한 동료나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트라우마에 대한 섬세한 손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구하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항에서 일하다 숨진 이선호씨 옆에는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있었습니다.

300kg짜리 철근이 이씨를 덮치자 A씨는 곧바로 이 철근을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어떻게든 이씨를 살리기 위한 발버둥이었습니다.

"꽝, 하는 소리에 보니까 제 아들이 밑에 깔린 거예요. 이 사람도 정신이 나가서… 빨리 병원 찾아 부르라고 소리 지르면서, 제 아이가 깔린 무거운 철판을 손으로 들다가 허리까지 다쳤어요."

모든 상황을 목격한 A씨는 트라우마에 빠졌고 두 달 넘게 치료를 받고서야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A씨처럼 산재 목격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전국에 직업트라우마센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센터의 존재조차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잘 모르죠. 노동단체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 아니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세요."

"부상 입은 정도라면 현장이 가동되고 목격한 사람들도 그냥 일을 하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을 할 수밖에 없죠."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산재 사고를 줄이는 일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트라우마를 관리하는 일도 사업주의 의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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