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수해 딛고 태어난 쌍둥이 소 무럭무럭…양정마을 희망가

[앵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에 소 수백 마리가 죽고 마을이 폐허로 변했던 전남 구례의 한 마을을 기억하실까요?

당시 가까스로 구조된 암소가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김경인 기자가 양정마을 쌍둥이 송아지를 다시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지난 8월 전남을 집어삼킨 기록적인 폭우.

축산 농가가 많은 구례 양정마을에도 수마가 덮쳤고, 소 1,600여 마리 중 700여 마리가 죽었습니다.

물길 속에서 버둥거리다가 지붕 위로 올라간 일부 소들은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이런 수해 속에서도 새 생명은 태어났습니다.

지붕에서 구조된 6살 암소가 구조 직후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한 겁니다.

수해를 딛고 태어난 쌍둥이 송아지 '희망이'와 '소망이'는 다른 정상적인 송아지들보다 성장은 더딥니다.

하지만 큰 병 없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어미 젖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분유로 두 달간 키우셨어요. 애들을."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마을 전체가 시름에 빠졌고, 대부분 주민은 빚더미에 올라앉았습니다.

섬진강댐 방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피해 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현 씨도 100마리가 넘는 소를 잃었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쌍둥이 송아지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돕고 싶다"며 소 한 마리를 기증하고 간 다른 축산농가의 도움도 큰 힘이 됐습니다.

"소들도 지쳐있고, 저희도 많이 지쳐있었는데…큰 도움을 주셔서 저희가 금방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눔은 또다른 나눔을 낳았습니다.

농장이 차츰 안정되자 김정현 씨도 이웃 주민에게 송아지 한 마리를 무료 분양했습니다.

양정마을의 수해 복구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주민들은 우직한 소처럼 폐허로 변했던 마을을 조금씩, 조금씩 복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진짜 힘들고 눈물도 많이 나고…그렇지만 소망이, 희망이가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니까…코로나도 앞으로 물러나고 그럴 겁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힘드신 분들 용기 내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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