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배웅 속 영면…가해 입주민, 끝내 안 나타났다

  • 4년 전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난 경비원이 영면에 들었습니다.

장례행렬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아파트를 들렀습니다.

혼자 외로웠을 경비실 앞에 오늘은 많은 주민들이 모였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재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운구차로 관이 옮겨지고 마지막 여정길을 가족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현장음]
"아이고 오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장례업체 관계자]
"출발에 앞서서 잠시 예를 갖추겠습니다. 우리 고인께서는 이곳을 떠나서 다시 큰 여정길에 오르십니다."

경비원 최모 씨가 마지막까지 폭행과 협박을 홀로 견뎌야 했던 아파트.

영정을 든 유가족들이 최 씨를 대신해 마지막 출근길에 오릅니다.

동이 트기 전부터 초소 앞을 지키며 조문하는 입주민들이 있어, 마지막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습니다.

힘든 시간을 홀로 보냈던 근무지에는 생전 최 씨가 꼼꼼히 챙겼던 근무일지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

[유가족]
"가족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야기를 해야지. 왜 참고 있냐고. 오빠 이건 아니잖아. 아이고 우리 오빠 너무너무 불쌍해."

"우리 오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고. 아이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세상에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5일장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가해 입주민에 대한 원망도 터져나옵니다.

[유가족]
"사람이 인권이 있는데 그러면 안되는거야! 어디다 대고 최 씨가 뭐야 최 씨가! 최 씨 사과하라고? 관리소장도 구속시켜!

"이건 아니야! 착한 사람을 죽여놓고 네가 세상을 살 거 같아?"

최 씨가 마지막 떠나는 길.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입주민들의 마음은 무겁고, 경비원 최 씨는 그렇게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거기서 편하게 사시다가. 또 한 번 다시 태어나실 수 있도록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보내는 마음.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이승의 슬픔과 온갖 설움,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 사는 세상에서는 부디 꽃길만 걸으소서.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이 꿈꾸던 착한 세상을 가꿔 가겠습니다."

채널A 뉴스 김재혁입니다.

winkj@donga.com
영상취재 : 김영수
영상편집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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