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자의반 타의반", "국민은 호랑이"…촌철살인 김종필 어록

  • 6년 전
숱한 고비 속에서도 여유와 냉정을 잃지 않았던 정치 10단.

김종필 전 총리는 '달변가'라는 수식어답게 역사에 남을 숱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내 일찍이 정치는 '허업'이라 그랬어. '실업'은 열매를 맺는 것이 실업이고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

국민은 '호랑이'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국민을 맹수로 알라고, 어렵게. 그것이 맞는 말이죠."

역사적 고비나 정치적 결단의 순간에 남긴 명언도 많습니다.

5·16 쿠데타 세력 내 알력으로 외유에 나서면서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말을 남겼고 한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라는 말로 협상 타결의 결의를 내비쳤습니다.

1980년 '서울의 봄'에서는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라는 고사를 빌어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1980년 정치규제에 묶인 당시 권력 2인자 노태우 장군에게 "1인자와 같이 걸을 때는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라"고 조언했고 권력을 손에 쥔 뒤 자신에게 등을 돌린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랑에는 후회가 없다"는 말로 화제가 됐습니다.

김 전 총리는 1995년 자유민주연합 창당 후 "충청도 사람이 핫바지냐"는 한마디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충청도를 휩쓸었습니다.

옛 사전에나 있는 말을 되살려내 유행어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1998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에게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라며 "참다가 안 되면 몽니를 부리겠다"고 경고했는데 '몽니'는 그뒤 일상용어가 됐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자민련 비례대표 1번으로 셀프 공천해 '노욕'이라는 비판이 일자 "해는 저물면서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은근히 과시했습니다.

열정과 냉정을 겸비한 정치인이었던 김 전 총리.

"타다 만 장작이 아닌 완전한 재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의 말처럼 한국 정치에 지워지지 않을 거름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