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불멍 했을 뿐인데?'…기후변화보다 더 무서운 산불 원인은

  • 11일 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불멍 했을 뿐인데?'…기후변화보다 더 무서운 산불 원인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기후변화가 더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구촌 곳곳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도, 아프리카도, 남미 아마존도 수시로 덥치는 화마로 천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며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는데요.

따스한 봄날, 반가운 계절이지만, 이와 함께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위협도 우리 옆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의 터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산불의 실태와 예방책, 먼저 김예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날아온 불씨에 초토화…봄철 산불 피해 '조심' / 김예린 기자]

[기자]

작은 담배 불씨에서 시작된 불길은 빨갛게 타올라 산 전체를 휩쓸었습니다. 연기가 크게 피어올라 산을 뒤덮었고, 축구장 230개 면적에 달하는 숲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메마르고 강한 바람과 함께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 위험도 커집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65.4%는 봄철에 집중됐습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더 잦아지고, 초대형 산불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0년대 연평균 440건이던 산불은 10년 새 580건으로 늘었고, 피해 면적도 1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산불 발생 일수도 1990년대 104일에서 2022년 들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1년 중 산불이 발생하는 날이 절반을 넘긴 겁니다.

"100ha 이상을 대형 산불이라고 얘기하는데 1000ha 가까이 산불이 나고 있어요.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번져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커져서 경제적인 피해도…"

[기자]

"산불은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는데요.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도 큰 산불로 번지기 쉽습니다."

입산자 실화나 소각 행위 등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이 전체의 64%에 달합니다.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적은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충북 옥천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축구장 12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낚시꾼 2명에게 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풀을 소각하다 축구장 11개 규모의 숲을 태운 70대에게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산불은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처벌 양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형사처벌은 기본 전제고 산불을 진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산림을 복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이 모든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적절한 처벌에 더해 예방책이 우선입니다. 등산 시 흡연은 물론, 라이터나 버너 등 인화물질을 소지해서는 안 됩니다. 야영과 취사는 지정된 구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허가 없이 논밭이나 쓰레기 등을 소각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작은 실수에 불길이 번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화마가 덮친 산림을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각심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산불 #등산 #기후변화

[이광빈 기자]

봄철에는 산불이 한번 났다 하면 대형 산불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짝 메마른 날씨에 태풍급 강풍까지 불어 순식간에 불이 확산하는데요.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가 산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김재훈 기자입니다.

['양간지풍'에 수 ㎞ 날아가는 불티…났다 하면 대형산불 / 김재훈 기자]

[기자]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2005년 동해안 산불. 2019년 고성과 강릉 일대를 휩쓴 동시다발 산불. 2년 전 울진에 큰 상처를 남긴 213시간 역대 최장 산불까지.

역대 최악의 산불은 모두 봄철에 발생했습니다. 1년 중 가장 건조한 시기입니다.

대륙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데다, 기온도 차츰 올라 숲에 물이 오르기 전 바짝 메마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돌풍까지 불면 산불은 초비상입니다.

봄철 한반도에는 '남고북저' 기압 배치가 종종 만들어집니다. 시계 방향의 고기압, 반시계 방향의 저기압 사이에서 좁아진 공기 통로를 따라 강풍대가 형성됩니다.

특히 바람이 산맥을 넘어갈 때는 웬만한 태풍보다 위력적인 돌풍이 몰아칩니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바람이 분다 하여 '양간지풍', 불을 몰고 다닌다 해서 '화풍'이라고도 불립니다.

"상층의 안정한 층 아래로 공기가 압축되면서 태백산맥의 경사면을 타고 영동지방으로 빠르게 불어 내려가는 고온 건조한 바람을 말합니다."

초속 30m 안팎의 '양간지풍'은 순식간에 불을 확산시킵니다.

실제로 실험해 보니, 바람이 없을 때보다 초속 4m의 바람이 불 때 불길이 번지는 속도는 26배나 빨랐습니다. 특히 강풍을 타고 불티가 수 km 날아가는 '비화' 현상은 산불 진화에 최대 복병입니다.

"(비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2km까지 관측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략) 여러 군데서 산불이 발생하고 시설물들이 피해를 입다 보니까 (중략) 진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엔 급격한 기후변화도 산불 위험 요소입니다. 지난 30년간 봄철 동해안 지역의 기온은 0.8도 올랐습니다.

반면,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습기 비율이 줄면서 상대습도는 5% 감소했습니다. 건조해진 기후에 산불이 늘어나고, 산불은 다시 탄소를 뿜어내 기후변화를 더욱 부추기는 것입니다.

"산불로 인해 탄소 배출이 상당히 많아집니다. 배출된 탄소는 또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게 되고 (중략)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되는 것이 가장 큰 위험한 부분이고…"

지금 양상이라면 2050년쯤 우리나라의 대형 산불은 57%나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대규모 피해를 동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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