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노숙인 백골까지…유령 건물 286곳

  • 7개월 전


[앵커]
도심 속에 이렇게 흉물로 방치된 건축물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습니다.

짓다 말거나 오래돼 못 쓰는 건물인데요.

붕괴 위험이 있는데다 우범지대로 변해 주민들에게 골칫거리입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빌라 이름이 걸려 있고 너머로는 건물 뼈대가 보이는데요.

공사 현장 같지만 사실 10년째 이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돼 도심 속 흉물이 된 건물들 현장 취재해봅니다.

경기도 파주 주택가 한복판에 짓다가 만 6층 높이 건물이 눈에 띕니다.

꼭대기 층은 철근이 다 드러나 있습니다.

원래 115가구가 입주할 재건축 단지였는데 공사비 체납으로 10년째 이 상태로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한상헌 / 경기 파주시]
"여기 굉장히 번화가인데 동네 자체가 지금 완전히 피폐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죠. 밤에는 여기가 우범지대가 돼서 아주 불편합니다."

[인근 상인]
"여기 연립주택이 있었어요. 가구 수가 제법 돼서 (수입이) 짭짤했는데 완전히 이게 무슨 흉물도 아니고 막 이래 가지고."

공사 자재는 나뒹굴고 거푸집 역시 그대로 매달려있어 주민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이원호 / 광운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
"심한 태풍이 불거나 하면 저게 흔들거리다가 날아가서 떨어지면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다세대 건물들 사이로 속이 훤히 보이는 건물 한 채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김경미 / 인천 미추홀구]
"좀 무서워. 지나갈 때마다 섬뜩하지. 헐든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것만 해도 여기 자체가 말끔해질 것 같아."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지 벌써 26년째입니다.

건물은 주민들 쓰레기장이 됐고, 지난해에는 노숙인이 드나들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토목 담당 인부]
"별놈의 쓰레기가 다 있어. (주민들이) 이사 가면서 소파도 버리고 침대도 버리고. 치우다가 유골이 나와버렸어요. 유골이 나와가지고 경찰에 신고해가지고…."

대형 아울렛이 문을 닫으면서 9년째 유령건물로 전락한 곳도 있습니다.

출입 통제 없이 뻥 뚫려 있어서 막걸리병에 커피잔, 불 피운 흔적도 보이고요.

벽에 낙서들까지 아무나 드나들고 있습니다.

[신예린 /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거기서 담배를 피거나 술 마시는 등 좋지 않은 일을 한다는 얘기를 좀 들었던 것 같아요. 지나가다가 누군가 들어가 있는 것까지 본 적은 있어요."

뼈대만 드러낸 바닷가 대형 호텔리조트.

산등성이에 방치된 짓다가 만 아파트 단지.

이렇게 공사 중단으로 흉물처럼 방치된 건물만 전국에 286곳.

대부분 자금 문제에 복잡한 권리관계로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천 미추홀구청 관계자]
"경제적인 이유를 드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사유 건물이잖아요. (처리를) 계속 종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붕괴 등 주민 안전을 위협할 경우 지자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강제 철거하고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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