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육지 마찰력이 태풍 ‘카눈’ 힘 뺐다

  • 10개월 전


[앵커]
이번 태풍은 느림보 진행 때문에 피해를 키울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느린 속도가 세력이 약해지는 이유가 됐습니다. 

한반도에 상륙한 뒤에 울퉁불퉁한 육지를 만나면서 점점 힘이 빠진 겁니다. 

이현용 기자가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기자]
이번 태풍은 처음부터 독특했습니다.

한반도로 오는 경로가 통상적인 태풍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매서운 기세로 중국을 향했지만 티베트 고기압에 막혀 방향을 반대로 꺾었습니다.

이번엔 일본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막혔습니다.

결국 90도로 방향을 틀어 한반도로 향했습니다.

두 개의 거대 고기압 사이에 끼인 카눈은 역대 태풍사에 남을 느린 태풍이 됐습니다.

카눈은 어제 오전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직전 강도 '강'에서 '중'으로 약화됐습니다.

그래도 대구 부근까지는 강한 바람에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급속히 힘을 잃었습니다.

태풍은 지표면부터 상공까지 이어진 형태로 돼 있습니다.

육지에선 지표와 마찰을 빚어 점점 위력이 떨어집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더 그렇습니다.

이동 속도마저 느리니 마찰력은 더 커졌습니다.

태풍이 가면서 다시 여름 더위가 시작됐지만, 극한의 폭염은 사라졌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뜨겁고 차가운 공기가 남북으로, 그리고 대기의 상하로 뚜렷이 나눠져 있었는데, 태풍이 이 공기들을 뒤섞어놓은 겁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보다 약간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현용입니다.

영상편집 : 김문영


이현용 기자 hy2@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