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토사물 청소’가 일상 된 응급센터

  • 작년


[앵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만 따로 모아 치료하는 주취자 응급 의료 센터라는 게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조치가 완화되서 술자리가 부쩍 많아진 탓인지 요즘 이곳을 찾는 취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현장은 욕설과 구토, 몸싸움이 난무합니다.

현장카메라, 배유미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입니다.

이 곳은 다른 곳과 달리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는데요, 술에 취한 사람들을 관리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응급실에 술에 취한 젊은 여성이 도착했습니다, 오자마자 곧장 구토를 합니다.

구급대원이 옆에서 비닐 봉지를 잡아줍니다.

[현장음]
"(혼자 계셨나요?) 친구분도 계셨다는데 그 분도 너무 취해서 같이 올 상황이 안돼서."

환자들 대부분 구토를 하다보니 실내엔 토사물 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몸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내는 건 간호사들 몫입니다.

[오태진 / 대구의료원 응급의료센터 간호사]
"구토물이라든지 간혹 소변, 대변까지 보시게 되면 저희가 다 치워야 됩니다."

이번에 들어온 남성은 침대에 눕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현장음]
"저기 누우세요, 선생님. (놔봐.) 넘어질까봐 그래요."

술에 잔뜩 취한 남성은 울기 시작하고, 경찰관은 한 시간 넘게 하소연을 들어줍니다. 

[박계훈/ 대구 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
"얘기를 들어 드려야 저분이 안정을 갖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소외될 경우에는 돌발행동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

술이 조금 깨는가 싶더니 링거 줄을 뽑아 던지고 밖으로 나갑니다. 

말리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더니

[현장음]
"너는 X됐어. XXX아."

그만 넘어집니다.

의료진에게 반말은 기본,

[현장음]
"(힘 빼시고요.) 놔보라고! 놔봐라!"

침대로 옮겨주는 경찰관에게 발길질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 한 명 다루는 데도 의료진 모두가 진땀을 흘립니다. 

지금 시각이 새벽 3시가 넘었는데요, 이 시간까지도 술에 취한 사람들이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센터로 이송되고 있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 인사불성인 경우가 대부분, 

[현장음]
"환자분, 눈 떠봐요."

재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게 별로 없습니다.

[강병규 / 대구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
"(술이) 잠깐 깰 때까지 수액 맞으면서 기다려보고 혼자 걸을 수 있으면 괜찮으면 퇴원하시고. 보통 최소 3시간에서 아침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모임과 술자리가 늘면서, 지난해 98만 건 가까운 주취자 관련 112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설치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19곳에 그칩니다.

응급의료 대상이 아닌 주취자를 보호할 마땅한 시설이 없다보니 술취했다는 이유로 응급센터에 보내지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주취자 보호를 위한 원스탑 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 종합적인 범정부의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지 않나 보입니다."

방역조치가 풀린 뒤 처음 맞는 봄.

모임과 술자리는 더 늘어날 겁니다.

과음을 자제하는 등 성숙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응급센터의 풍경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카메라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오성규


배유미 기자 yu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