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맨]근거 없는 ‘마약청정국’?

  • 2년 전


[넷플릭스 영화 '수리남']
"진짜 마약상이 된 것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한국인 마약상의 검거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우리나라로 마약을 들여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죠.

최근 국내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해 마약청정국 지위까지 잃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사실인지 확인해봅니다.

마약청정국의 개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다는데, 기준도 제각각이고 출처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과거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2000년대엔 인구 10만 명당 10명 이하면 청정국이라더니, 최근엔 10만 명당 20명 미만이어야 청정국이라고 합니다.

UN이 마약청정국을 지정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UN 마약범죄사무소가 매년 내놓는 보고서를 보죠. 전 세계 마약 범죄의 동향과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마약청정국의 개념이나 어떤 국가가 청정국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대검찰청 의뢰로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마약청정국은 구체적 기준이 없다고 명시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대검은 최근에도 우리나라가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팩트맨이 확인해보니 UN 마약범죄사무소 통계를 준용해 임의로 써온 말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마약청정국이란 용어가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엔에서 명시적으로 갖고 있는 개념이 아니고… 마약 사범이 많이 늘어나면 '청정국의 지위에 있어야 돼'라는 또 하나의 압박감 때문에 수사의 효율성과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마약 범죄 건수를 낮추기 위해 오히려 수사와 검거를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원래 마약 범죄는 통계에도 안 잡히는 암수 범죄가 많아서, 청정국이란 말도 이미 한참 전에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팩트맨이었습니다.

연출·편집 : 박혜연 PD
구성 : 임지혜 작가
그래픽 : 권현정 성정우 디자이너


정현우 기자 edg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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