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귀촌한 집 전소…닷새 전 귀향했는데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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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산 정든 집도 남은 생 편히 살려고 애써 지은 집도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이재민들의 심경을 누가 헤아릴까요.

그 안타까운 사연을 김승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전체 50여 가구 중에 30곳 이상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1리 마을입니다.

뒷산은 시커멓게 타버렸고, 집 지붕은 무너졌습니다.

산비탈을 밟아보니 아직도 하얀 연기가 올라옵니다.

남편과 함께 6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81세 남정희 씨.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뭐라도 건질게 있을까 집을 보러 왔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불씨를 꺼보려 하지만 수도마저 끊겨버렸습니다.

[현장음]
"이거 (물이) 안나와. 불을 끄려고 해도 불도 못 끄고 그냥 구경만 해야 돼."

집 안도, 바깥도 온전한 게 없습니다.

마당에 있는 솥은 고무대야와 함께 녹아버렸고, 타버린 가재도구들은 살짝만 만져도 검은 재가 묻어나옵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지은 집이 사라졌단 생각에 눈물만 나옵니다.

[남정희 / 울진군 북면]
"내가 어찌 벌어서 그렇게 집을 지었는데. 어제 혼자 와서 한참을 실컷 우니까 내 속이 좀 시원하데? (그런데) 울어도 소용없고."

정년퇴직 후 홀어머니를 모시러 고향에 돌아온 반동철 씨.

귀향 닷새 만에 불이 났습니다.

[반동철 / 울진군 북면]
"앞마당에 불이 퉁 떨어지는 거야. 그래서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나왔죠). 앞으로 고향 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어요. 근데 불이 나서 완전히 잿더미가 돼버린 거죠."

대를 이어 65년 평생을 살아온 집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졌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남두호 / 울진군 북면]
"수십 년을 살면서 고생해 지은 집인데 10분도 안 돼서 그냥 무너져 버렸어요. 완전히 눈물바다가 됐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막막한 사흘째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승희입니다.

영상취재: 김근목 우태하(스마트리포터)
영상편집: 변은민


김승희 기자 soo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