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맨]은행 열매 악취, 사라졌다?

  • 3년 전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계절이 바뀐 걸 실감하게 하죠.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은행 열매에서 풍기는 악취는 가을철 불청객인데요.



시민들 중엔 올해는 예년보다 거리에 은행 악취가 덜한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데,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어도 서울에선 은행 열매 악취 민원,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은행 열매껍질이 터지면 끈끈한 점액질 형태의 빌로볼과 은행산 성분이 흘러나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데요.



그래서 서울시도 올해 9월부터 은행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9월 초 찍은 작업 영상을 보시면, 구청 직원들이 긴 막대로 가지를 툭툭 치자 바닥에 은행 열매가 수북이 쌓인 걸 볼 수 있습니다

예년 이맘때도 늘 하던 일이지만 올해는 달라진 게 있습니다.



호두나무에서 호두를 딸 때 쓰는 진동 수확기를 은행 열매 따기에 활용한 겁니다.

일단 수확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한 그루당 두세 명씩 달라붙어 30분씩 하던 일을 이 기계 덕분에 10분이면 마친다고 합니다.

[서울시 조경관리과 관계자]
"진동수확기는 1분에 몇백 번 진동이 가는 거여서. 1분 내로 다 털어버리니까. 옛날에는 한 달 반 동안 털었다면 지금은 뭐 2주?"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열매가 자연적으로 떨어져 악취를 풍기기 전에 상당량을 거둘 수 있었던 건데요.



전국에 심은 가로수 가운데 은행나무는 103만 그루로 단일 품종으론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은행나무 중에선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 비율이 23% 정도인데요.

과거엔 은행나무의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워 암수나무를 섞어 심었습니다.

지금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어린 은행나무의 DNA를 분석해 수나무만 구별하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하니 가을철 불청객인 은행 악취는 점차 줄어들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팩트맨이었습니다.

연출·편집 : 황진선 PD
구성 : 박지연 작가
그래픽 : 성정우 조나영 디자이너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