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으로 갈 곳이 없어요”…청소년 쉼터 아이들은 어디로

  • 3년 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사회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시설들도 갈 곳을 잃고 있습니다.

23년 동안 운영된 서울 강남구의 청소년 쉼터가 임대료를 부담 못해 폐쇄될 신세입니다.

이민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사회복지재단.

이 건물 6층에는 15명이 지낼 수 있는 침실과 공용 공간으로 이뤄진 청소년 쉼터가 마련돼 있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나 가정밖 청소년 3천 260명이 거쳐간 곳입니다.

[전 쉼터 입소자]
"학교에서 수업하다가 아버지가 '야 너 나와'하면서 끌고 나오셨단말이에요. 여기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선생님이 막아주시고 좋았어요.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하지만 올 12월이면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

복지 재단의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 이사갈 곳을 찾아야 하지만, 강남구가 책정한 임대료 예산은 9억 원.

지난 2012년 8억 원대에 단독주택을 구했던 임대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사이 치솟은 부동산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겁니다.

[박건수 / 강남구청소년쉼터 소장]
"9억으로 50평 매물을 구하는 것은 정말 부동산에서 욕먹을 정도, 15억 이상 소요되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가까스로 매물을 구해도 쉼터라는 이유로 계약을 거절 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결국 강남구청은 시설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박건수 / 강남구청소년쉼터 소장]
"우리가 정말 무엇을 쫓아서 일을 해왔나 그런 마음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강남구청은 안타깝지만 폐쇄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 쉼터 입소자]
"여기는 도움을 주는 곳이지 피해를 주는 곳이 아니잖아요. 사라질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사라지면 안 돼요."

채널A 뉴스 이민준입니다.

영상취재 : 조승현
영상편집 : 구혜정


이민준 기자 2minj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