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 번에 500알…해군 간부들, 공짜약 무더기 처방

  • 3년 전


채널A 탐사보도팀의 단독 취재로 이어가겠습니다.

군인들이 아플 때 찾아가는 군부대 안에 있는 의무대, 진료도 무료지만 각종 약도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해군 간부들이 아파서 받았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양의 의약품을 무료로 싹쓸이 해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기능 보조제나 파스같은 약을 몇 백 알, 몇 백 장 씩 여러 의무대를 돌며 받기도 했습니다.

먼저 백승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해군 소속 군 간부가 의무대에서 약을 처방받은 내역입니다.

간질환 개선 효과 있다고 알려진 '우루사'를,

한 번에 25정씩 하루 네 번, 5일 동안 복용하도록 처방돼 있습니다.

하루 100정씩 5일치로, 500정을 한번에 받아가도록 처방받은 겁니다.

시중 제품과 동일해서, 성인 하루 복용량이 한알에서 세알인 점을 고려하면 짧게는 170일, 길게는 1년 반 동안 복용할 양을 받아간 겁니다.

또 다른 간부 2명도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270정의 우루사를 받아갔는데,

비슷한 기간, 부대 간부 3명이 받아간 우루사는 확인된 것만 1천정이 넘습니다.

군 의무대에선 이렇게 몇백 몇천정씩 약을 타가도 무료입니다.

[A 씨 / 군의관]
"그렇게까지 장기간을 처방을 해 드릴 수는 없다고 했더니 떼를 쓰는 식으로 해서 결국 1년 치를 받아가셨고…."

약국 등에서 살 수 있는 잇몸치료제 등도 뭉터기로 가져 갔고,

[B 씨 / 군의관]
"인사돌 같은 그런 약들은 몇 달 치씩 이렇게 처방을 해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육통 부위에 붙이는 파스를 한번에 270개나 받아 갔습니다.

[A 씨 / 군의관]
"현실적으로 약이 유통기한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파스)270개 그거를 혼자 다 붙일 거라고는 상상하기가 힘들죠."

군 간부들이 전문의약품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등에 쓰는 만성질환 치료제도 수개월치씩 달라며 군의관을 압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B 씨 / 군의관]
"그런 약들을 처방을 많이 받아 가지고 집에 쌓아놓고 있다가…."

해군 내 사단급 의무대는 전국에 14곳이 있는데, 각 지역 의무대를 돌면서 같은 약을 반복적으로 수년치씩 받아간 간부들도 있습니다.

[A 씨 / 군의관]
"계급도 똑같고, 소속도 똑같고, 그래서 확인을 해 보니까 동일 인물이 마치 쇼핑하듯이. 뭔가 2차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한 게 아닌가…."

[백승우 기자]
"군 간부들의 군 의약품 오남용과 비상식적인 행태가 드러나면서,

군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김덕룡(창원)
영상편집 : 유하영


백승우 기자 str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