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옆 여직원·불법 입국 '바이러스'…정부 홍보물도 '차별'

  • 3년 전
◀ 앵커 ▶

지금 보고 계시는 이 그림은 법무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일러스트인데요.

직장 내 모습을 그린 건데, 보시는 것처럼 남자 직원들은 회의를 하고 있는 반면 여자 직원은 한쪽에서 복사 업무를 하고 있죠?

인권위가 이 일러스트에 대해서 여성을 부수적이고 주변적인 존재로 묘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정부 홍보물에 여성과 이주민,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표현들이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더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슬기로운 한국생활 가이드'라는 영상.

"잘 다녀와요. "

남편의 넥타이를 매주는 결혼이주여성이, 집안일을 하며 남편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파도 남편 없이는 병원조차 가지를 못합니다.

"자기야 제발… 아, 병원에 가야 하는데."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만든 영상입니다.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경찰관도 되고 간호사도 되고 통역인도 되고, 적극적인 결혼이주여성으로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대졸자 이상의 외국인을 위한 비자를 소개할 때는 '우수인재'라는 표현과 함께 서구권 사람 사진을 쓰고,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범칙금을 안내할 때는 동남아시아 외국인 삽화를 넣었습니다.

수사나 재판도 없이 범죄자로 낙인찍는 '불법체류'라는 표현도 여전했습니다.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백인숭배주의가 있는 것 아닌가. 이건 완전히 인종차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 광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부처의 홍보물에서 발견한 외국인 관련 혐오표현은 모두 150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불법 입국하는 외국인'이란 표현으로 설명한 게시물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가장 많았던 건 성차별적 표현들로, 760건에 달했습니다.

북핵 문제를 쉽게 풀어 쓴 만화 속에서, 남성은 신문을 읽으면서 반말을 쓰고 여성은 빨래를 개면서 존댓말로 답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대한 삽화 속 회사 사무실에선, 남성들은 회의를 했지만, 여성은 복사기 앞에 서 있었습니다.

또,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묘사한 '장애우'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도 34건 발견됐습니다.

인권위는 혐오표현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국무조정실에 전달했습니다.

MBC 뉴스 김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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