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화도 예외 아냐"…'조선족 혐오' 첫 법적 책임

  • 4년 전
◀ 앵커 ▶

지난 2017년 개봉했던 영화 서울 대림동의 조선족 범죄 조직을 다뤘던 코미디 영환데, 흥행에도 성공을 했었죠.

그런데 최근 법원이 영화 속 조선족의 모습이 중국 동포들에게 불편함과 소외감을 유발했을 수 있다면서, 영화사 측에 사과를 권고 했습니다.

예술 작품 속에 무분별하게 담겨있는 '혐오'표현에 대해서 처음으로 법률적인 책임을 인정 한 건데요.

조명아 기자가 단독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영화 中]
"한국에 이런 데가 있었어? (간판 봐 완전 중국이야.)"

공포감을 조성하는 작품 속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서울 대림동.

강도·납치부터 장기 밀매에 난자 적출까지, 온갖 강력 범죄의 소굴로 그려집니다.

[영화 中]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도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

관객 560만을 넘기는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이 영화 속 대사는 현실과 달랐습니다.

개봉 당시 기준 대림동의 중국동포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1%가 안 됐고, 범죄 피의자 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보다 못한 중국동포 66명이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식당 매출이 급감하는가 하면, 취업길도 막혔다는 겁니다.

[김용선/중국동포]
"당신들이 그것을 통해서 수익을 낼 때 돈을 벌고 있을 때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잖아요. 앞으로 삶에, 우리 자녀 세대까지 그 영향이 간다는 게…."

[신정아/한신대 교수]
"영화를 본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렸을 때 실제로 대림동이나 동포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는 설문 결과를 얻었습니다."

1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영화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제작사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술작품 속 이른바 '혐오' 표현에 법률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제작사는 "부정적 묘사로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앞으로 특정 집단에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혐오 표현이 없는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사과문을 전달했습니다.

[조영관 변호사/원고 측 대리인]
"(영화·방송에서) 외국인을 차별적으로 묘사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적 표현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점검)하고 바꿀 수 있는 그런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선,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 영상편집: 이지영 / 영상제공: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