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뉴스] 조선 전기 금속활자

  • 3년 전
[그래픽 뉴스] 조선 전기 금속활자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서 과학기술의 황금기인 세종 때 유물이 대규모로 출토됐습니다.

15세기 한글 창제 당시의 자음이 표기된 금속활자와 세종 때 제작된 천문시계도 처음으로 발굴됐습니다.

오늘의 그래픽 뉴스, 입니다.

조선 세종 때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곳은 옛 한성부 중심지인 탑골공원 인근의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 일대입니다.

이곳은 조선 전기까지 한성부 중부 8방 중 경제 문화 중심지인 '견평방'에 속해 주변에는 관청인 의금부와 상업시설 운종가가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유물은 금속활자입니다.

한자 활자 1천여 점과 한글 활자 600여 점이 나왔는데, 조선 전기의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곳에서 발견된 첫 사례입니다.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제작한 해의 육십갑자를 이름으로 붙이는데 1434년 세종 때 제작한 '갑인자'를 비롯해 1455년에 만든 '을해자', 1465년 활자인 '을유자'로 보이는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1450년경인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보다 앞선 시기 제작된 '갑인자'는 아름답고 균형이 잘 잡혀 금속활자의 정수로 꼽힙니다.

이번 대규모 발굴에선 조선 전기 자동 물시계의 부속품인 '주전'의 일부로 보이는 동제품이 처음 나왔습니다.

기록으로만 있던 자료의 실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주전은 시간을 알리는 시보 장치를 작동시키는 부속품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세종 때 만든 독자적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의 파편도 처음 출토됐습니다.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하는 도구로 세종실록에는 1437년 일성정시의 4개를 제작했다고 기록되어 전해져 오다 처음으로 그 흔적이 발굴된 겁니다.

총통과 동종도 함께 발굴됐는데, 동종은 1535년 4월에 제작되어 양식상 15세기 후반에 제작한 '해인사 동종'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물들은 함께 발굴된 총통에 새겨진 제작 연도로 미뤄볼 때 선조 때인 1588년 이후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정한 크기로 잘린 것으로 발견돼 아마도 녹여서 재활용하기 위해 묻어 놓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학자들은 이번 발굴이 구텐베르크 인쇄술보다 앞선 우리나라 금속활자 기술의 실체를 알려주고 그간 부족했던 조선 전기 과학 유산 실물이 대거 발견된 '세계적 사건'이자 '올해 고고학 발굴의 최고 성과'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흥분했습니다.

땅속에 있던 '과학박물관'이 지상 위로 출현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출토된 유물들은 현재 1차 정리를 마치고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습니다.

분야별 연구가 진행되면 조선 전기 인쇄술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와 기술 또한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그래픽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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