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한인 참사 부른 ‘선동정치·우월주의’

  • 3년 전


미국 애틀랜타 총격범의 모습입니다.

새로 공개된 이 영상 보시면 이 범인, 얼마나 태연하게 준비하고 살인을 저질렀는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차 안에서 한 시간, 참극이 일어난 마사지 숍에서 다시 1시간 12분을 보내곤 아무렇지 않게 현장을 떠나죠.

이게 우발적인 충동 범죄로 보이십니까?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증오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유주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걸어가는 노인을 이유 없이 밀치고 지갑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여성을 차에 매단 채 달리고 아시아인 소유의 건물엔 '죽어라', '감기 라면' 같은 저주의 글이 가득합니다.

[뉴욕 혐오범죄 가해자]
(공산 국가 중국으로 꺼지라고요?)
그게 너희들이 온 나라 아니야?
…날 공격하고 있어! 당신은 날 공격하고 있어!

알고 보니 이 여성, 뉴욕 유력 정치인의 딸이었습니다.

채널A와 화상 인터뷰를 한 피해자 부부는 누가 해코지하지 않을까 자꾸 뒤돌아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리아 하 / 혐오범죄 피해자·뉴욕 시민]
"'넌 여기 사람 아니잖아. 너 중국 사람이잖아. 중국으로 돌아가.' 이랬어요. 혼자 나가는 게 꺼려지는 것 같고 자꾸 뒤 돌아보게 되고."

[대니얼 리 / 혐오범죄 피해자 남편]
"정말 기분이 상했어요. 누구에게도 절대 그렇게 말해선 안 되거든요. 제가 만일 중국인이라고 하더라도요."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미국내 인종 차별은 코로나19 이후 심해졌습니다.

공식 신고 접수된 것만 500건이 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지난해 6월)]
"중국 바이러스는…"
"'쿵 플루'라고 하겠습니다."

[현장음]
"여기는 우리나라야! 여기는 우리나라라고!"

의회 창문을 부수고 난입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사람들.

[현장음]
"미국! 미국!"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낙선으로 낙담해 소수 인종을 향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셀 정 /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트럼프의 선동적인 정치 언사가 인종차별주의에 불을 지핀 것만은 확실합니다. '중국 바이러스'는 낙인찍기이자 질병을 이용한 인종차별입니다."

미국 내 한인 사회는 29년 전 악몽을 떠올립니다.

[제임스 안 / LA 한인회장]
"1992년 4.29 폭동 당시에도 미국 사회 인종차별 문제가 메인 이슈였지만 이를 숨기고 한인과 흑인 간의 문제로 보도한 미국 미디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미국 내 혐오범죄가 우려스러운 건 아시아계 여성을 표적 삼는다는 겁니다.

여성(68%)이 남성(29%)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 미국 하원의원]
"이번 사건은 여성, 아시안 커뮤니티를 겨냥한 폭력임을 보여줍니다."

[대니얼 대 킴 / 한국계 미국 배우]
"제 여동생도 증오 범죄의 희생자였어요. (가해자의 아시아계 폭행 전력에도) 수사관들은 증오 범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무섭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뉴욕 경찰은 차이나타운 순찰을 강화했고,

[숙 두 / 뉴욕 경찰]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제발 알았으면 합니다. (일 생기면) 연락 주시고요."

워싱턴에선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그레이스 맹 / 미국 하원의원]
"우리는 두려움 속에 사는 사람들을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미국 전역에선 "증오가 바이러스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멈춰라"는 시위가 주말 내내 이어졌습니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방조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 확산되기를 세계를 보다, 유주은 입니다.

유주은 기자 grace@donga.com

영상취재 : 정기섭
영상편집 : 이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