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범후 한미연합훈련 축소…대화국면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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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바이든 출범후 한미연합훈련 축소…대화국면 마중물?

[앵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월요일부터 연합훈련을 진행 중입니다.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연합훈련은 북미 간 핵 협상이나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훈련 규모가 점차 축소돼왔는데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미 양국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지성림 기자입니다.

[기자]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6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서는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 2019년, '3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은 그동안 여러 번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1976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한미 합동 군사훈련 '팀 스피릿'은 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 핵시설 사찰 등을 계기로 1993년에 마감했습니다.

1994년부터는 팀 스피릿 훈련보다 규모가 축소된 '전시증원 연습'이 열렸고, 2008년 전시증원 연습의 명칭이 '키 리졸브'로 바뀐 뒤 2018년까지 열렸습니다.

연합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 게임'이었습니다.

키 리졸브를 대체해 2019년에는 훈련 기간과 규모가 줄어든 '동맹'이란 이름의 연합 지휘소 연습이 시행됐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반기 연합훈련이 열리지 못했습니다.

올해 한미연합훈련도 축소된 규모로, 심지어 이름도 없이 '조용히' 진행 중입니다.

"(한미) 연합훈련 명칭에 대해서도 공개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제한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훈련 규모가 축소된 배경에 코로나 요인도 있다고 하지만 이름마저 짓지 않은 것은 북한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961년 소규모 후방지역 방어훈련으로 출발한 독수리 훈련은 1975년부터는 합동작전과 연합 특수작전 성격의 한미연합훈련으로 발전했습니다.

1982년 이후 특수전 부대의 침투·타격훈련과 중요시설 방호훈련을 병행하는 야외 기동훈련으로 확대됐고 2002년부터는 전시증원 연습과 함께, 2008년부터는 키 리졸브 연습과 통합돼 연초에 열렸습니다.

독수리 훈련이 폐지된 이후에는 분산된 형태의 야외 기동훈련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입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연합훈련 규모를 조정해서 시행해 왔습니다. 야외 기동훈련도 이 일환으로 해서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연중 분산해서 균형되게 실시하는 것이 지금 원칙으로…"

매년 8월경에 열렸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2018년에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단됐고, 2019년부터는 후반기 연합 지휘소 훈련으로 대체됐습니다.

한미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되면서 북한의 대응 수위도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과거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전후로 북한군 총참모부 명의의 비난 성명을 발표하거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도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2019년 3월 '동맹' 연습 때는 조선중앙통신의 '가벼운' 비난이 전부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는 한미연합훈련이 열린 사실조차 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같은 해 8월에는 후반기 연합 지휘소 훈련을 전후해 다섯 차례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8월 연합훈련 기간에는 거의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매체는 아예 침묵했고, 대외 선전매체가 한두 개의 비난 기사를 내보낸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올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은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훈련이 다음 주까지 열리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이 이번에도 강하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대규모 실기동 훈련도 없는 데다가 국방부가 연합훈련에 대해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만큼 북한이 크게 자극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번 훈련은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인 만큼 북한도 전략적인 대응을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선제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남측은)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 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대응을 자제해주길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훈련이 방식과 규모 면에서 유연하고 최소화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만일 북한이 한미훈련에 대응해 실제적인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북한이 이번에도 대미 비난과 도발을 자제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접근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경우에 따라 북미 간 대화에 조심스럽게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김정은 정권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에는 다시 봄이 올 수도 있고, 겨울이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지성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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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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