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재개발 마을서 새벽에 불…다문화가정 참변

  • 3년 전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소방차도 들어가기 힘든 달동네, 재개발지역에 큰 불이 났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 남매와 할머니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강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뻘건 불길이 주택 건물을 집어 삼켰습니다.

솟구치는 연기에 불빛이 반사돼 주변 하늘은 벌겋게 변해버렸습니다.

원주시 재개발 예정지 주택가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온 건 오늘 새벽 3시 5분쯤.

[주민]
"투닥투닥하는 소리가 났어요. 문을 열고 내다 봤어요. 불이 붙기 시작하는거지, 펑하더니 순식간에 번졌어요."

불길은 1시간 20여 분만에 잡혔지만,

이 화재로 자고 있던 필리핀 국적의 70대 여성과 손자와 손녀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숨진 남매의 엄마인 30대 필리핀 여성과 

처음 불이 난 집에 살던 60대 남성도 다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민]
"이미 불이 다 붙었는데 (필리핀인 엄마가) 저 안에 애 있고 엄마 있다고 아이고 아이고 말도 한국말도 잘 못하면서…"

[강경모 기자]
"불이 난 집 입구에는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는데요.

주변에는 검게 타버린 건물 잔해들이 널려 있습니다."

화재현장은 진입로가 좁은 달동네여서 소방차 진입도 어려웠습니다.

[이태희 / 원주소방서 현장지휘담당]
"골목골목으로 해서 호스를 전개해서 여기까지 가지고 올라오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숨진 할머니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딸 가족을 찾아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중국에서 용접 일을 하는 사위에게 의지하며 벌이도 없이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안순남 / 강원 원주시]
"한 3년 전이에요. 애들이 춥다고 해서 연탄을 빌리러 왔더라고요. 그래서 15장을 빌려 줬어요. 상당히 고생 많이 했어요."

소방 당국은 처음 불이 난 집에서 쓴 석유난로가 화재 원인이라고 보고, 

내일 현장감식을 벌일 계획입니다.

채널 A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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