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원윳값·배상금 7조원대…은행들, 美 눈치만

  • 3년 전
묶인 원윳값·배상금 7조원대…은행들, 美 눈치만
[뉴스리뷰]

[앵커]

지금 국내 은행 계좌에는 이란 쪽 자금이 7조 원 넘게 묶여 있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우리가 보낼 수도, 이란이 찾아갈 수도 없는 처지인데요.

당국과 은행들은 국제금융 퇴출 제재를 내건 미국의 압박에 딱히 해결책을 못 찾고 있습니다.

조성미 기자입니다.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유조선을 나포한 공식적 이유는 해양 환경 규제 위반, 하지만 그 본심은 한국에 묶여있다는 70억 달러에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인질범으로 불려야 한다면, 그것은 7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입니다."

국내에 묶인 이란 자금으로는 우선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한국은행에 예치한 3조 4,000억 원 가량이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에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 원유 대금이 들어있는데, 합하면 총 7조 6,000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수에 실패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 소유주 다야니가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투자자-국가분쟁 배상금 730억 원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당국과 은행들이 이 돈을 넘겨줄 분명한 해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란이 코로나19 백신 구입에 이 돈을 쓰기 원하고 미국도 승인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측이 이 돈을 국제 백신 공동구매사업 코벡스 퍼실리티에 보내려면 미국계 은행을 통한 달러 환전과 송금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자금을 동결해도 우리로서는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란 제재 위반으로 기업은행이 미국 사법당국에 1,000억 원대 벌금을 문 경험까지 있어 당국과 은행 모두 미국의 눈치만 보는 실정입니다.

연합뉴스TV 조성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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