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3차례 신고에도…왜 아이를 구하지 못 했나?

  • 4년 전


지난 2월 입양된 16개월짜리 영아가 숨졌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고 여러군데의 뼈가 부러져 있었는데요,

범인, 다름아닌 '천사'의 탈을 쓴 엄마였습니다.

지난달 한 방송에서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 입양을 결심했다던 30대 엄마,

그리고 방송에 출연한지 12일 만에 주검이 된 16개월 영아.

둘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제는 세 살배기 친아들을 마구 때린 베트남 국적의 엄마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점점 더 잔혹해 지는 아동 학대, 대책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Q1. 엄마는 구속이 됐지만,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어요. 아이가 숨진 지난달 13일 엄마의 행적이 공개됐죠?

사망 당일 집 근처 시장에서 찍힌 CCTV 영상입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유모차를 끄는 여성, 아이의 엄마인데요, 친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모습입니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게 오전 10시 20분입니다.

이웃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로부터 40분 전쯤에 집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여러차례 났다고 하는데요,

경찰도 그 시간에 학대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Q2. 병원에 갈 때 119가 아닌 택시를 부른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어요?

당시 모녀를 태웠던 택시기사의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정길 / 택시기사]
"아이가 숨을 못 쉬고 있으면 거의 실성단계로 가야 할 판이잖아. 나한테도 빨리 가자든가 뭘해지. 독촉을 하든가 뭘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는거야. 그러고 나서 내가 '119 불러라' 하니까 '119가 빨라요? 택시보다 빠를까요?' 이래. 빠르든 안 빠르든 불러야지."

택시기사가 수차례 말한 뒤에야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데,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조치는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Q3. 저도 이 뉴스 보면서 엄마로서 화가 났어요. 이럴 거면 입양은 왜 한 겁니까?

"4살짜리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입양 초기 축하금 100만 원을 비롯해서 지자체로부터 매달 25만원 씩 수당을 타왔다는 점입니다.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서 입양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내야 할 겁니다.

Q4.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3차례나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아무도 아이를 구해줄 수 없었던 건가요?

입양 후 3개월 만에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 경찰에 처음 신고를 합니다.

6월과 9월에도 아동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는데요,

심지어 9월에는요, 영양실조가 의심된다는 소아과 의사의 신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학대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면서 번번이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습니다.

[경찰 관계자]
"직접적인 증거도 없었고. 예를 들어 멍이라고 하면 멍이 생긴 이유에 대한 조사라든지, 가정의 환경이라든지, 집에 방문했을 때 엄마 품에 안겨서 잘 놀고 있었다든지. 전문가들의 의견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학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Q5.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아동학대가 계속 일어나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요, 아동학대 건수는 2만 4600건에 달합니다.

5년 전에 비해서 두배 넘게 증가한 수치인데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건 15%에 불과합니다.

Q6. 가해 부모와 아이들을 완전히 떼놓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법은 있습니다.

피해 아동이나 대리인,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청구하면 법원이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시키는 '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실제 격리조치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는데요,

학대 사실이 명확해서 아동쉼터에서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퇴소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절반을 넘습니다.
 
학대 피해를 감시해야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우리나라엔 62개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대전엔 단 한 곳밖에 없어서 한 기관에서 25만 명 넘는 아동을 관리해야 하는데요,

5년간 아동학대 건수가 1만 4000건 증가했지만, 이를 관리하는 기관은 11곳 느는데 그쳤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bully2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