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군 장병 2200명 대피…반복되는 피난생활 ‘허탈감’

  • 4년 전


긴급대피했던 주민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불안에 떤 밤이 하루에 그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합니다.

지친 주민들의 목소리, 남영주 기자가 담았습니다.

[리포트]
주민들에게 나눠 줄 생수와 모포가 트럭에 가득 실려있습니다.

자정을 넘겼지만, 주민들이 대피한 체육관엔 환하게 불이 밝혀있습니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면서 대피시설이 마련된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체육관에 주민들이 몰려든 겁니다.

대부분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김영진 / 강원 고성군]
"슬리퍼만 신고 왔지. 집사람이 가자고 하고 이장님이 쫓아와서…"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철수 / 강원 고성군]
"작년에도 잠도 못 자고 대기하고 있었죠. 피난 가야 되나 하고. 연례행사라니까 여기는."

체육관 바닥에 비닐과 돗자리를 깔고 모포까지 덮었지만, 우리 집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윤경자 / 강원 고성군]
"족보를 못 챙겨왔어. 족보 책을 계속 챙겨서 다녔는데 이번엔 족보를 못 가져왔네. 이거 손주님들한테 욕먹겠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주민들은 오전 8시쯤, 큰 불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주민들로 북적이던 대피소도 이젠 제자리를 찾았는데요. 하지만 2년째 반복되는 산불에 고성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dragonball@donga.com
영상취재: 박찬기
영상편집: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