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지원 늘었지만…'소아당뇨' 한숨은 여전

  • 4년 전
◀ 앵커 ▶

올해부터 소아당뇨 환자들은 혈당 관리를 위한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경제적 혜택은 늘었지만, 사회적 편견과 소극적인 법령으로 인한 불편은 여전합니다.

전동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년여 전, 1형 소아당뇨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최소 하루 다섯 번, 이미 굳은살이 박혀버린 자신의 왼쪽 손가락에서 피를 내 혈당을 재고, 인슐린을 투약합니다.

당뇨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에선 친구들의 놀림이 시작됐습니다.

1형당뇨인 소아당뇨는 면역 계통에 이상이 생겨 발생할 뿐 식습관이나 유전, 전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보호자는 이런 내용으로 안내문까지 만들어 학교에 돌렸지만 친구들의 놀림은 계속됐고, 아이는 결국 서울에서 지방으로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초등학생]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있죠?)
"네. 중학생 때는 알려줄까 싶은데 예감이 안 좋아서. 애들이 뭐라 할 것 같아서."

지난달엔 당뇨 진단을 받은 5살 유아가 어린이집을 퇴소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보호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해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겠다고 했지만 어린이집이 난색을 표한겁니다.

[권혁준/소아당뇨 유아 아버지]
"어린이집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투약행위를 하는 것은 좀 힘들다, 절대 안된다(고 했습니다.)"

소아당뇨는 최근 기술의 발달로 혈당 관리가 더 쉬워졌습니다.

팔에 센서를 붙이고 있으면 5분에 한 번씩 혈당이 자동으로 측정되고, '인슐린 펌프'라는 장비를 통해 버튼만 누르면 인슐린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정연휘/초등학교 6학년]
"제가 알아서 학교에서 혈당을 보는데, 센서에 문제가 생겼거나 그럴 때만 (보건실에) 가고. 나머지는 다 교실에서 해요."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원아들에게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선 소극적인 법 조항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어린이집에는 영유아의 투약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없는 경우가 더 많은데다, 있다고 하더라도 보조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는 1형당뇨로 인한 쇼크로 학생의 생명이 위급할 때만 보건교사가 투약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소아당뇨 환자와 보호자들은 올 한해 소아당뇨에 대한 편견 해소와 더불어 어린 환자들이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슐린 투약에 대한 의무와 면책 등을 명시한 제도가 마련되기를 소망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