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불꺼주던 소방관 집도 불 타…호주 최악산불

  • 5년 전
옆집 불꺼주던 소방관 집도 불 타…호주 최악산불

[앵커]

호주에서 두달 넘게 이어진 산불피해가 국가 재난급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 소방관이 옆집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정작 자신의 보금자리는 잿더미로 변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와중에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던 호주 총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황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한 소방관이 불에 타 벽체만 아슬하게 남아있는 집을 바라봅니다.

집을 이루고 있던 모든 구조물이 한데 엉켜 마치 쓰레기더미를 방불케 합니다.

소방관 러셀 스콜스의 집으로, 옆집에 난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다가 정작 본인의 집에 난 불은 채 끄지 못했습니다.

"불을 끄다가 돌아봤는데 우리 집이 불에 타고 있었어요. 화염과 사투를 벌이던 소방관이 자신의 집을 잃는다는 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죠."

그렇지만 사명을 다하느라 선뜻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당연히) 끄던 불을 계속 꺼야했죠."

스티브 해리슨 씨는 순식간에 덮친 화마를 피해 도피도 못한 채 자신이 제작한 가마 안에서 30분 가량 피신해야 했습니다.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가마에 숨는 건 제 '플랜B' 였습니다. 원래는 떠날 계획이었는데 화마가 너무 순식간에 찾아왔습니다."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호주 최악의 산불.

최근 전국 평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며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하와이로 여름 휴가를 떠났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급히 귀국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호주 당국은 일찌감치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마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산불의 기세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황정현입니다. (swe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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