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View] "봉창하려다" 남산에서 털리는 '코리안 드림'

  • 5년 전
◈주말이면 서울역 기차 내려 남산 언덕 오르는 외국인 노동자들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말이면 경기도 등 지방에서 서울역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남산 언덕을 올라 카지노로 향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이들이 받는 일당은 고작 10여만 원.

이날 카지노에서 만난 A씨는 "2~3일 일하면 하루 놀 돈이 생긴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을 뿐이고 소액만 베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나직하게 내뱉는 말이 있다. "카지노는 중독성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려는 청운의 꿈을 가졌던 이들도, 한 번에 무너지는 곳이 바로 카지노라는 얘기다.

이날 만난 중국 흑룡강성 출신 노모(44) 씨는 3년여 전 한국에 왔다. 고향에 두고 온 11살, 3살 아이들을 생각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동료들과 어울려 우연히 마작을 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일상적으로 하던 놀이, 남는 시간에 별다른 취미나 놀 거리가 없어서 어울리다 보니 금세 3000만 원을 챙겼다.

그랬던 노 씨에게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워커힐 호텔의 카지노에 가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지노에 발을 들인 첫날은 게임 규칙도 잘 몰라 돈을 조금 잃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금세 방법을 깨우쳐 돈을 따기 시작했다.

◈"잃은 돈 되찾으려" 일당 들고 찾아보지만...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노 씨는 한 번 질 때마다 이를 만회하려 계속 게임을 했다. 결국 사흘만에 수중에 있던 4000만 원을 몽땅 잃었다.

노 씨는 "지금도 그 때 밑졌던 돈을 봉창하기 위해 카지노에 온다"고 했다. 봉창이란 잃은 돈을 만회하는 걸 뜻한다.

카지노에서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다시 카지노를 찾는 역설이 반복된다. 대신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결코 큰 돈을 걸지 않고 30만 원을 한도로 정해 게임을 한다.

노 씨는 아이들 사진을 꺼내어 보여주면서 "가족들에게 부칠 돈 만큼은 절대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아내에게는 카지노를 다니다 재산을 잃은 사실을 털어놓진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카지노를 자주 찾다보면 중독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남산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도 카지노에 대해 "9번 따도 1번 잃으면 패가망신 하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곳을 끊지 못해, 주말이면 또다시 얼마 안 되는 일당을 손에 들고 남산을 오른다. 겉으로는 '봉창'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서서히 중독돼가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