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 '청앨' 김유리 "차도녀요? 저 사실 털털해요!"

  • 5년 전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하다. 도도해 보이지만 의외로 털털하다. 독할 것 같지만 과하게 친절하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김유리가 그렇다.

김유리는 '청담동 앨리스'에서 윤주(소이현 분)의 시누이이자 지앤의류의 최연소 디자인 팀장 신인화로 분했다. 인화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커리어 우먼이다. 그에 걸맞게(?) 부하 직원 세경(문근영 분)을 무시하고 깔본다.

그런 역할을 맡은 김유리, 인화를 떠나 보낸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를 만났다. 인화의 카리스마를 걱정해 잔뜩 겁먹은(?) 기자는 김유리와 인사를 나눈 후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유리는 직접 구운 쿠키를 기자에게 주면서 밝게 웃어보였다.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아닌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였다.

인화 캐릭터의 여운이 아직 남은 걸까. 김유리는 "머리로는 '청담동 앨리스'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인화와는 헤어지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극 중 신인화는 '차도녀'로 표현됐다. 그로 인해 김유리의 실제 성격 역시 까칠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김유리는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사실 실제 성격은 굉장히 털털하다"고 웃어보였다.

세경을 괴롭히는 인화를 소화하기에는 쉽지만은 않았을 터. 김유리는 인화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야한다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이 상처받는 게 좋지 않다.(웃음) 차라리 내가 상처받는 게 좋은 것 같다."

김유리는 전작 '불굴의 며느리', '복희 누나' 등 주로 차가운 역할을 맡아 왔다. 이 때문에 불만은 없었을까. 대답은 '예스'다.

"차가운 역할을 많이 해서 속상할 때도 있다.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웃음) 다음에는 사람 냄새나는, 사랑하고 받는 촉촉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웃음)

청춘남녀가 많이 등장했던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단 한커플 밖에 탄생하지 못했다. 인화는 승조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인화 입장에서는 승조-세경의 행복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속상했다. 그렇지만 김유리에게는 두 사람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유리는 지난 2006년도 데뷔했다. 벌써 연기 인생 8년차의 배우지만, 지금까지 존재감 있는 배역은 맡지 못했던 것이 사실. 김유리에게 '청담동 앨리스'의 인화는 큰 선물이다.

"'청담동 앨리스'는 선물 같은 드라마다. 너무 많을 걸 나에게 주신 것 같다. 인화는 좋은 캐릭터고,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인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김유리의 대학 시절 전공은 시각디자인이다. 어쩌다 미술에서 연기로 전향하게 됐을까. 예술가적 마인드 덕분에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연기에 눈을 뜬 김유리다.

"어린 시절 이따금 제의를 받은 적 있지만, 대학 시절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연기에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연기 수업을 받았는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 때 연기에 빠져들게 됐다. 나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기)수업에 임했다. 이후 학교를 가다가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의 이금림 작가를 보게 됐다. 작가 선생님이 나를 좋게 봐주시고 데뷔를 시켜줬다. 그때부터 연기의 꿈을 가졌다."

1984년생인 김유리는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연기자로서 가장 빛이 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도 휴식 없이 열심히 연기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 차기작을 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캐릭터로 (인화와는) 다른 캐릭터로 찾아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