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6.25 전쟁이 끝난 직후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노병이 당시 모습을 담은 희귀 사진 270여 점을 기증했습니다.

푸른 눈의 노병이 기억하는 전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송세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954년, 속초 동명항은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정박 중인 낡은 고기잡이배는 모두 무동력 나무배입니다.

그 너머로 황톳빛 속살을 드러낸 언덕에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습니다.

65년이 지난 지금은 성당을 빼면 남아 있는 옛 풍경이 거의 없습니다.

지게꾼이 자기 몸의 서너 배나 되는 땔감을 지고 갑니다.

나무가 연료이던 시절, 주변은 온통 민둥산입니다.

갓과 도포를 차려입은 어르신이 담뱃대와 외제 담배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한겨울 얼어붙은 개울에서 손빨래하는 아낙의 고단한 삶도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일상을 되찾은 아이들은 썰매를 타며 마음껏 얼음을 지칩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터는 언제나 정겨움이 넘칩니다.

1950년대 속초지역 생활상을 담은 주인공은 당시 한국에 파병됐던 미 해병대 장교 락웰씨,

미국에 사는 92살 노병은 지인을 통해 사진 279점을 선뜻 기증했습니다.

[김만중 / 속초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 언젠가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렇게 연락이 닿아서 주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노병이 기증한 사진에는 또, 6.25 전쟁 때 불탔다가 복원된 양양 낙산사 원통보전과 군부대 풍경 등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속초시립박물관은 기증받은 사진들을 보존 처리한 뒤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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