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삽·빗자루 대신 쓰레기? 빙판길 어쩌나
- 5년 전
◀ 앵커 ▶
매년 겨울이면 빙판길이 걱정이죠.
쌓인 눈이 얼기 전에 빨리 치우는 게 중요한데요.
시민들의 자발적인 제설 작업을 돕기위해 서울시와 지자체가 동네 곳곳에 제설 도구함을 만들어놨습니다.
그런데 들어 있어야 할 장비들은 없어지고 쓰레기로 채워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고하연 리포터가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노란 상자에 빗자루와 삽, 넉가래가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마련한 제설도구함으로 서울에만 300여 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 사용한 다음에 제자리에 갖다놓으면 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변에 있는 한 제설도구함인데요.
제설 삽과 빗자루, 넉가래가 3개씩 있어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삽은 2개, 빗자루 역시 2자루, 넉가래는 하나뿐입니다.
제설도구함 20여 개를 무작위로 살펴봤습니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데 필요한 넉가래가 사라졌거나, 삽이 비었거나.
이것 저것 다 없어지고 빗자루 두 개만 남아있기도 합니다.
[상인]
"며칠 전에 봤을 때도 있었는데 이 삽도 하나 없어지고.. 제가 오며 가며 보는데 오늘 보니까 없네요."
처음 비치된대로 온전히 들어있는 함은 딱 2개 뿐입니다.
[박서연]
"다 가져간 거지, 이것도 돈이라고. 아이고 못 써…가져갈 게 없어서…"
이렇다보니 제설도구함을 점검하고 도구를 다시 채워넣는 게 구청의 또 다른 업무가 됐습니다.
[A구청 관계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계속 보충해서 조금이라도 보도 같은 데 쓸어주시면 고마운 거죠. 원칙은 쓰고 갖다 놓는 거예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거리.
지나가던 관광객이 제설도구함 앞에 멈춰 서더니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함 안에 버리고 바닥에 떨어진 것도 주워 넣습니다.
[상인]
"여기는 인사동이라 외국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설도구함에) 쓰레기를 많이 버리더라고요."
도구함에 별다른 외국어 표기가 없어 쓰레기통으로 오인한 겁니다.
그런데 외국인들만 버리는 건 아닙니다.
도심 곳곳의 제설도구함을 열어봤습니다.
일회용 컵부터 휴지, 포장지 등 행인들이 지나가다 버린 쓰레기에 집회 참가자들이 넣고 간 피켓까지.
제설 장비가 사라진 자리를 쓰레기가 채우고 있습니다.
[B구청 관계자]
"눈이 안 올 땐 저희가 1주일에 한 번 정도 돌아서, 요즘 도로변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까 거기 쓰레기를 좀 많이 버려서 청소도 하고…"
누구나 언제든 사용하려면 도구함에 자물쇠를 달아놓을 수도 없고.
1개당 5천원선인 삽이나 빗자루를 가져갔다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고.
함께 쓰는 물건이고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모든 시민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제설도구함이 골칫거리로 전락하지 않을 유일한 대책입니다.
투데이현장이었습니다.